경기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고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까지 가세해서다.
미국이 다음 주에 3차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결정하면 지난 1월 말에 등장했던 신흥국 불안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실제 이달 들어 신흥국에서 나온 악재는 적지 않다.
러시아의 군사 개입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는 외교적 해결 수순을 밟는가는가 싶더니 크림자치공화국 의회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로 불확실성은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을 보는 시선도 불편하다.
2월 중국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1% 감소했다는 소식은 글로벌 주식시장을 흔들었다. 시장 컨센서스(7.5% 증가)와 격차가 컸던 만큼 놀랄만도 했다. 여기에 태양광업체 상하이 차오르(超日)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며 부실기업의 연쇄 도산 우려가 불거졌다.
나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1일 신흥국 저성장으로 상반기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자본 이탈의 위험이 있다고도 했다. 금융시장이 휘청대면 그 충격이 실물경제로 번지며 가뜩이나 부진한 경기의 하방위험을 키울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는 18~1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이번에도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달러 추가 축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2월 미국의 경제지표가 대체로 나아지면서 지난 1월의 지표 부진이 기상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움직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테이퍼링의 시기를 늦추거나 규모를 달리하는 속도조절의 필요성이 없어진 셈이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12일 "매번 FOMC마다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달러씩 일률적으로 줄이는 단계적 테이퍼링 속도에 특별히 변화를 줄 것 같지는 않다"며 "이번에 주목할 점은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 변경에 대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3차 테이퍼링을 기정사실로 여기기에 FOMC의 결정 자체보다는 그 영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테이퍼링 여파로 지난 1월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신흥국 불안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테이퍼링 착수를 전후해 글로벌 자금의 대이동은 두드러진다. 글로벌펀드들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19주째 신흥국 주식을 순매도하고선 북미와 서유럽, 일본 등 선진국 주식과 채권을 사들인 것이다.
다만, 테이퍼링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의 충격은 테이퍼링이 빠르고 연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인데, 지금은 100억달러 축소를 예상하고 있기에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다양한 변수 탓에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특히 신흥국의 정국불안 가능성은 시장엔 또 하나의 변수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다음 달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총선을 치르고 인도 총선도 상반기에 잡혀 있다. 8월과 10월에는 각각 터키와 브라질에서 대선이 예정돼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1일 동향보고서에서 "올해 신흥국은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인한 자금 유출, 경기 부진 속에 많은 국가에서 선거 등이 예정돼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과 정책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