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가운데 조종사의 자살 가능성이 제기되고 말레이시아 경찰은 공중납치, 의도적 파괴행위, 탑승자의 심리적·개인적 문제까지 조사한다고 밝혀 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 사고기 항로 이탈 논란…수색 혼선 = 여객기 실종 닷새째인 12일 오전(현지시간)까지 수색에서 아무런 단서조차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실종 여객기가 항공관제 레이더에서 사라진 뒤 기내 통신기기와 추적장치 등을 모두 끈 상태로 1시간 이상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레이시아군 당국의 분석이 공개됐다.
군 당국은 11일 실종 여객기가 레이더 화면에서 사라진 뒤 기수를 서쪽으로 돌려 말라카해협까지 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실종 여객기는 통신장치와 추적 시스템을 끈 상태로 약 500㎞를 비행한 셈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총리실과 군당국은 이를 즉각 부인, 혼선을 가중시켰다.
총리실은 항로 이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으며 로잘리 다우드 말레이시아 공군사령관도 사고기가 말라카 해협까지 도달했다는 발언을 부인했다.다우드 사령관은 군 레이더가 말라카해협에서 여객기를 발견한 적이 없다며 다만 사고기의 회항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이 말레이시아 본토를 가로질러 서쪽과 서북쪽에 있는 말라카해협과 안다만 해역까지 수색 범위를 넓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고기가 마지막으로 어디에서 실종됐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커지고 있다.
아자루딘 압둘 라흐만 말레이시아 민항청장은 "선박과 항공기가 현재 안다만해 남쪽 부분을 수색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정 항로에서 서쪽과 서북쪽으로 수백㎞ 떨어진 말라카해협과 안다만해가 수색 범위에 포함되자 일부에서는 말레이시아 항공당국과 공군이 초기 레이더 정보 분석에서 실수했거나 정보를 은폐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초반 수색을 주도했던 베트남 당국도 사고기가 당초 항로에서 벗어났다는 말레이시아 측의 발표 후 자국 영해에서 펼쳐지던 수색을 부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조종사 자살 가능성 제기…수사 다각도로 확대 = 도난 여권 소지자들이 유럽 망명을 원하는 이란인으로 확인돼 테러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일부에서 조종사의 자살 가능성이 제기되고 부조종사의 부적절한 처신까지 공개되는 등 무성한 추측이 일고 있다.
미국 항공청의 한 관리는 사고기 실종 당시 기내의 이상현상을 시사하는 어떠한 무선송신도 없었다며 조종사의 자살 가능성에 주목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객기 피랍과 사보타주 외에도 승객·승무원들의 심리적 문제와 이들의 개인 신상문제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를 위해 승무원은 물론 승객들의 경력까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으며 공항 CCTV에 찍힌 탑승객들의 행동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CIA는 상황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사고기 송수신기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와 도난 여권 소지자의 역할 등을 포함해 수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히고 조종사의 자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어떠한 가설도 평가절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고기의 부기장이 과거 비행 도중에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항공사 당국은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 실종 5일째 수색 성과 없어 =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주변지역 10여개 국가들이 사고기 항로의 주변해역을 중심으로 사고기 수색을 벌이고 있으나 이날 오전까지 아무런 잔해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북부해상은 물론 지상 추락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색 범위를 육지로 확대했고 사고기가 정상 항로를 벗어나 비행한 것으로 알려진 말라카해협과 안다만 일대에서도 본격적인 수색이 이뤄질 예정이다.
인도 당국은 이를 위해 부근 해역에서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초계함 등을 현지로 파견, 수색을 벌이고 있다. 일본 역시 말레이시아의 지원 요청에 따라 항공자위대 소속의 C-130 수송기 1대를 파견, 수색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고 추정 해역에는 약 100대의 함정과 항공기들이 동원돼 수색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