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성 용액에 담그기만 하면 신체의 여러 조직이 되는 STAP세포는 지난 1월 말 과학잡지 네이처를 통해 소개됐을 때 재생의료 발전에 서광을 비춘 혁신적 연구성과로 평가받았다.
여기에 엄청난 연구를 주도한 과학자치고는 어리다고할 수 있는 30세 나이에, 여성인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연구주임의 '휴먼 스토리'가 소개되면서 극적 효과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약 40일 만에 '신데렐라 스토리'는 '반전 드라마'로 막을 내릴 공산이 커졌다.
반전은 지난달 13일 외부 연구자들이 STAP세포 논문의 화상 데이터가 부자연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주 연구자가 소속된 이화학연구소와 네이처는 잇달아 조사에 나섰지만 지난달 21일 공동 연구자로 참여한 미국 과학자가 '내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소한 실수가 있었다'는 견해를 밝힌 데 이어 지난 5일 이화학연구소가 STAP 세포의 자세한 제작법을 공개하면서 논란은 진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STAP 세포 연구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했던 와카야마 데루히코(若山照彦) 야마나시(山梨)대학 교수가 지난 10일 회견을 자청, "믿었던 연구 데이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STAP세포가 정말 생긴 것인지 여부에 확신이 없어졌다"며 논문 철회를 제안하자 사태는 급반전했다.
와카야마 교수는 STAP 세포 개발의 중요한 증거였던 특정 유전자의 변화와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 전 연구팀 안에서는 '변화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지난주 이화학연구소가 발표한 문서에서는 '변화가 없었다'로 바뀌어 있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STAP 세포의 만능성을 증명하는 복수의 사진이 주 연구자인 오보카타 주임이 3년 전 박사 과정 논문에 쓴 사진과 흡사한 것으로 이화학연구소의 자체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오보카타 주임이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에 제출한 영어 논문의 앞부분이 미국 국립보건원(NIH) 웹 사이트의 내용과 거의 같다고 일본 언론들이 12일 일제히 보도하면서 '본안'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표절 논란까지 제기됐다.
STAP세포 연구의 신뢰성뿐 아니라 연구자의 윤리 문제까지 동시에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이화학연구소는 지난 11일 논문 취소를 포함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논문 저자 14명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일부 저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STAP 세포가 발견됐다는 연구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취소가 아닌 수정 선에서 마무리하자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지만 연구의 신뢰성은 이미 치명상을 입었다는 게 중론이다.
오보카타 주임 등 연구진이 쥐 실험을 통해 입증한 STAP 세포는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가 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생명과학 상식을 뒤집는 혁신적인 성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STAP 세포는 그동안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받았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 비해 간단히,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데다 유전자를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암 발생 우려도 적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근년들어 일본에서는 데이터 조작 등 과학자들의 윤리 문제가 심심치 않게 불거지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일본법인이 취급하는 고혈압 치료제 디오반으로 임상 연구를 수행한 일본 연구진이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사실이 작년 7월 드러났다. 또 일본 유력지인 요미우리신문이 재작년 10월 대서특필한 'iPS 세포의 사람 이식 성공'이 연구자의 사기극으로 판명돼 요미우리가 사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