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홈페이지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 나라의 대표팀 유니폼을 판매하고 있는데, 공개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던 전범기 무늬가 담긴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도 그 중 하나다.
아디다스가 제작한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보면 왼쪽 가슴 부위에 일본 축구협회 패치를 중심으로 방사형 무늬가 뻗어나가고 있다.
전범기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다.
일본의 축구 경기에서 볼 수 있는 하얀색 배경과 빨간색 무늬의 전범기와는 다르지만 바탕 색깔만 다를 뿐, 디자인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전범기는 전범국가인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물이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의 흔적이 남아있는 유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해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이 발표될 당시에도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거셌다. 가슴의 문양은 11명의 선수가 힘차게 뛰어나가는 이미지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축구와 관련된 전범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해 7월 한국에서 개최된 동아시안컵 축구 대회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한일전이 열린 잠실종합운동장의 일본 관중석에서 일부 팬들이 대형 전범기를 들고 흔든 것이다.
일본축구협회는 한국 대표팀의 서포터스 '붉은 악마'가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초상화와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명언이 적힌 대형 걸개를 건 것을 두고 응원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겼다며 대회 주최 측에 항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국민에게 역사적인 아픔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이 바로 전범기이고 일본 응원단이 경기 시작 직후 대형 전범기를 휘둘러 한국 응원단을 크게 자극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침략전쟁의 영향을 받았던 아시아 국가들은 지금도 전범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FIFA는 정치, 종교 등이 축구 경기와 엮이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런던올림픽 당시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를 펼쳤다가 FIFA로부터 A매치 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강력한 정치적 함의가 담긴 일본 유니폼을 월드컵 무대에서 보게 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이다.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문양이 월드컵 무대에 등장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