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 인권보고서를 공개한 커비 위원장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BBC가 북한에 한국어 방송을 제공하면 외부 세계와 단절된 북한 주민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는 정보가 철저히 통제돼 외부세계의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며 "유엔 북한인권조사보고서에서 드러난 내용으로 보면 BBC 한국어 서비스를 북한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 대법관 출신인 커비 위원장은 이를 위해 현재 28개 언어로 제작되는 BBC 월드 라디오에 한국어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시절 시드니에서 BBC를 접하면서 세계시민으로서 눈을 떴다며 북한 주민을 위한 국제 방송이 인권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의회 북한위원회를 중심으로 BBC 한국어 방송 도입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탈북자 단체인 국제탈북자연대도 영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북한 주민을 위한 BBC 한국어 방송의 출범을 호소해 왔다.
11일 영국 하원 북한인권 보고서 검토 회의장에서는 시험 제작된 한국어 BBC 방송의 시연행사도 열렸다.
하지만, 언론통제가 철저한 북한의 상황은 이런 계획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어 방송이 이뤄져도 주민들이 감시를 피해 방송을 듣기는 어려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은 이와 관련 북한에 BBC 월드 한국어 서비스를 비용 효율적으로 전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BBC는 이에 대해 인터넷은 물론 라디오도 쉽게 쓸 수 없는 북한 주민을 위한 방송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다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그러나 BBC가 최근 내부 검토보고서를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한국어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려 변화의 기류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