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증거조작으로 국가의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은 물론 외교안보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대통령의 유감 발언이 나오고 나서야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남재준 원장의 즉각적인 해임과 특검을 통한 엄정한 수사”라고 밝혔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증거조작이 불거진지가 도대체 언제인데 이제야 사전조율한 듯 압수수색에 나선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전날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 등이 이날 오후 국정원을 방문한 결과 민주당의 입장은 더욱 완강해졌다.
정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간첩사건 피의자 유우성씨의 북중출입경기록 등 중국정부가 위조라고 밝힌 3건의 문건에 대해 위조가 아니라고 전면부인했다.
국정원은 이어 지난 9일 밤 냈던 발표문에 대해서도 “위조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항소심 공판 과정이라서 담당 검사와 해당 수사팀이 협의해서 증거 자료 제출했다”고 말했다고 김현 의원은 전했다.
“국정원장과 2차장은 결재라인에 없었다”는 것이 국정원의 설명으로 실무자 선에서 사건을 자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은 “시간을 끌다 유야무야 국민적 관심이 멀어지기를 기다리면서 물타기하려는 의도를 봤다”며 “특검 관철을 위한 노력과 수고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개혁특위 야당 간사였던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간첩사건 증거조작이라는 초대형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해당 국회 상임위가 열리지 않자 “서 위원장은 식물 정보위를 만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현재의 국정원을 없애고 해외정보원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도 남재준 원장의 자진사퇴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충 ‘송구하다’ 라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남 원장의 자진사퇴를 주문했다.
“국정원이 왜 존재하느냐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사태이기 때문에 남재준 원장은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본인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앞서 이재오 의원과 서울시장에 출마한 이혜훈 최고위원도 각각 국정원장의 사퇴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