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美ㆍ러 '중앙아시아 주도권' 신경전

지난해 러시아 '판정승'…올해 카자흐서 또 '격돌'

지난해 러시아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린 미국과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주도권 신경전이 다시 불붙고 있다.

올해는 역내 맹주로 떠오른 카자흐스탄이 주무대가 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을 상대로 크림 반도 사태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발 앞서 나간 건 푸틴이다. 푸틴은 이날 나자르바예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강변했다. 그는 나자르바예프로부터 "카자흐는 러시아의 전략적 동맹이다. 러시아를 이해한다"라는 대답을 끌어냈다.

소식이 알려지자 오바마도 뒤질세라 나자르바예프에게 즉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양국정상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에만 뜻을 함께하는데 그쳤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는 카자흐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놓고도 1차전을 벌인 바 있다.

3일 미국은 워싱턴에서 열린 카자흐의 WTO 가입논의 회의에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제외했다. 카자흐는 이미 러시아와 관세동맹(단일경제공동체)을 맺은 터라 카자흐의 WTO 가입논의 시 러시아는 주요 교섭국이다.


당시 러시아는 이는 명백한 "사보타주(악의적 위해행위)"라며 미국을 거세게 비난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카자흐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전략적 요충지인 탓이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앞마당이다. 그 중 옛소련권에서 러시아 다음의 경제 대국인 카자흐는 절대 놓칠 수 없는 동맹이다. 카자흐는 인구가 1천700백만 명에 불과하지만, 인구가 세배 가까이 많은 우크라이나보다 국내총생산(GDP)이 100억 달러 이상 높다.

미국 또한 중앙아시아가 간절 하가는 마찬가지다. 중동지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특히 카자흐는 확인된 석유매장량만 300억 배럴로 전 세계 11위이고 천연가스 매장량은 15위인 자원 부국으로 투자가치가 높다.

지난해 러시아와 미국은 중앙아시아 주도권을 놓고 키르기스스탄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키르기스에 12년간 주둔한 마나스 미군기지가 쟁점이었다. 마나스는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코자 중앙아시아에 설립한 전략기지다.

옛소련권 국가의 경제ㆍ군사통합을 통해 소련의 영화를 되찾으려는 푸틴에게 마나스 기지는 눈엣가시였다. 러시아는 2005년부터 키르기스에 다양한 경제ㆍ군사지원을 약속하며 기지 폐쇄를 요구했다.

오바마 또한 작년 기지폐쇄 결정을 앞둔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키르기스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양국은 믿을 수 있는 동맹국"임을 강조하며 러시아에 맞섰다.

그러나 키르기스 정부가 마나스 기지의 폐쇄를 확정해 신경전은 러시아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더불어 러시아의 발 빠른 옛 소련권 집안단속 탓에 미국은 키르기스 인접국으로의 마나스 기지 이전마저 성사시키지 못하며 중앙아시아를 떠나게 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다시 불붙은 중앙아시아 주도권 신경전에서의 미국의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러시아가 방어전에 성공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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