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확정해 오는 27일 1차전까지 2주 이상 시간이 남은 상황. 게다가 평소 경기 후 인터뷰 외에는 취재진과 만날 기회가 적었던 터라 동석한 것이었다. 선수들은 "원래 오전 훈련이 있었는데 잠시 쉴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출전이 적었던 나머지 선수들은 웨이트 등 훈련을 소화하는 일정이었다.
지난 시즌 창단 2년 만에 정상에 올랐던 선수들은 긴장 속에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결혼한 남지연은 "신혼여행이 짧아 챔프전이 끝나면 제대로 가려 하는데 남편이 바빠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시즌 중 새끼 손가락 부상을 당했던 센터 유희옥도 "계속 경기를 뛰었고 문제 없다"고 말했다.
카리나와 함께 삼각편대를 이루는 김희진, 박정아도 "차라리 빨리 경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 기업은행은 오는 15일 GS칼텍스와 정규리그 최종전 이후에도 챔프전까지 12일을 기다려야 한다.
간담회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 했던 선수들은 차츰 시간이 지나자 속에 있던 고민도 하나둘씩 털어놨다. 이날 막내였던 박정아는 "경기 후 식사 때 생선을 먹는 날이면 지더라"는 징크스를 언급했다.
김희진은 "처음에 문성민(현대캐피탈), 김요한(LIG손해보험) 오빠 이름이 나오길래 나머지 1명은 한선수(대한항공) 오빠일 줄 알았는데 나더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김희진은 이국적인 마스크로 외모가 빼어난 편이지만 짧은 머리, 185cm의 당당한 체구에 남자 못지 않는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다.
때마침 이날은 터키에서 활약 중인 김연경(26, 192cm)의 현지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기사에는 빙속 여제 이상화(25, 서울시청)처럼 "섹시 화보를 찍을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김희진도 "연경 언니가 그랬다면 나도 화보를 찍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차제에 프로배구 3대 미남의 불명예(?)를 떨쳐버릴 심산이었다.
대부분 여자 스포츠 선수들은 외모보다는 경기에 집중하고 외부 선입견 때문에 여성스러운 면모가 덜 부각되기 마련이다. 과연 김희진이 자신의 숨겨왔던 여성성을 드러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단 챔프전 우승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