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소수자들을 배려해 달라'는 목소리와 '정당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대원칙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비례대표 공천 문제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마저 되고 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와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은 10일 공동성명을 내고 기초의회 비례대표는 공천을 유지해줄 것을 지도부에 요구했다.
"비례대표마저 공천하지 않는다면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하는 목소리는 실종되고 말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 "지역구 30% 여성 의무추천 등 민주당의 성평등 조항을 통합신당의 당헌에도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시됐다.
지난 1991년 1%도 안 되던 여성 정치 참여율이 20년 만에 20배 가까이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준 비례대표 정당공천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전국 여성 비례대표는 전체 비례대표 379명의 96%가 넘는 362명.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도 무공천으로 가게 되면 인지도와 지역기반이 약한 이들의 정치 참여는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역에서도 여성·장애인계를 중심으로 정치 참여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산점을 주자', '일정 비율을 할당하자'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재 새정치연합과 신당 창당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이 같은 제안들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박범계 민주당 대전시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도부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전제한 뒤, "통합신당이 창당되면 지금까지의 환경과 조건들이 모두 달라지는 만큼 다시 원점에서 검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종의 '예외'를 둘 경우,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대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반발 역시 만만치 않아 비례대표 공천 여부를 사이에 둔 진통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