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만 앞세우기보다 국민을 먼저 이해시켜야

[노컷사설]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발해 집단휴진에 들어간 10일 오전 수련 중인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휴진에 동참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의사들의 10일 하루 집단휴업이 우려했던 의료대란 없이 마무리됐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의료계의 파업과 정부의 대응과정을 보면 우리사회의 갈등 조정 기제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우려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진료명령과 업무정지, 의사면허 취소와 형사고발 조치까지 거론하며 강경대응으로 일관했다.

파업에 주저하던 의사들과 전공의들까지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파업 쪽으로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협회는 오는 24일부터 또한번 집단 휴업을 결의한 상태여서 아직도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의사들의 집단휴진과 관련해 "국민의 건강과 생활에 밀접한 분야에서 국민을 볼모로 집단 행동을 해서 피해를 끼치는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비뚤어진 이기주의에 따른 대표적인 비정상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렇게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 있는 일인가?


이번 의사들의 집단 휴진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 제도와 영리자법인 도입 그리고 건강보험 수가 등이 쟁점이 됐다.

하지만 상당수의 국민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정책에 대해서도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정책에 대해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정부의 노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정책에 대한 충분한 설명없이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압박을 하고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사회적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도민영화와 관련된 철도파업에 대해서도 정부는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라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 행동 움직임이 있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는 식으로 오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의사들의 집단 휴업이나 철도 파업이 정당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칫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선(善)이고 이를 반대하는 것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앞세우기보다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집단간 이해와 갈등의 조정은 강력한 압박을 앞세우기보다 대화와 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힘과 법을 앞세운 정부의 갈등해결방식은 자칫하면 극한대결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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