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2014 WK리그 개막을 앞둔 10일 서울 세종로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새 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서울시청 여자축구팀의 서정호 감독의 얼굴은 편치 않았다.
서울시청은 지난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당당히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불거진 박은선의 성별 논란에 마음 고생을 해야 했다. 지난 시즌 완벽하게 부활했던 박은선도 또 다시 운동에만 매진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서울시청도 전력이 크게 흔들렸다.
더욱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박은선이 그 동안 미뤄왔던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털어놓으며 새 시즌 서울시청을 이끌어야 하는 서정호 감독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입장이 됐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2014시즌 선수 등록은 마쳤지만 활용 여부가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시즌) 생각하지 못한 성적으로 불편한 상황이 됐다"는 서 감독은 "서울시청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보다는 여자 축구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는 팀이다. 우리는 매 경기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겠다는 것보다는 꼴찌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힘겨운 2014년을 예상했다.
2013년 서울시청 돌풍의 중심에는 박은선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막판 불거진 성별 논란에 박은선은 사실상 올 시즌 초반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서정호 감독은 "지난해 그 일이 터지고 나서 (박은선이) 많이 힘들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평상심을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 몸 상태가 6, 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호전되고는 있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스스로 극복해야 할 일인데 몸 상태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은 그는 "일본이나 미국 진출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보냈다가는 국제미아가 될 수도 있다. 올해 잘 이끌어서 내년에는 외국으로 보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 최인철 감독은 나머지 6개 팀을 대표해 박은선의 부활을 기원했다. "오랫동안 지켜본 박은선은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 갈 선수"라고 평가한 최 감독은 "본의 아니게 안 좋은 문제가 불거져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감독의 입장에서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 소속팀뿐 아니라 대표팀도 이끌어 나갈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청은 오는 17일 오후 7시 강원도 화천 생활체육보조구장에서 전북 국민체육진흥공단(KSPO)를 상대로 'IBK기업은행 2014 WK리그' 개막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