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파업에는 개원의 뿐 아니라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인턴, 레지던트들도 동참해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의협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을 막기위한 정당한 투쟁이라고 호소하고 있고, 정부는 진료거부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엄정 처벌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루 집단 휴진의 파장과 여론에 따라 오는 24일 재파업 여부 등 추후 일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전공의들 참여로 파업 동력 커져, 의협 의료민영화 반대 호소
당초 10일 파업은 개원의들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병원에 수련 목적으로 소속돼 있는 신분상 제약 때문에 참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검경 합동으로 파업 참여 의사들의 사법처벌까지 언급하는 등 압박을 가하자 오히려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투쟁 열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파업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강경모드가 오히려 의사들을 자극한 것이다.
전공의 대표들은 지난 8일 비상회의를 열어 논의한 끝에 10일 파업 참여를 최종 결정했다. 전공의들은 결의문에서 "인턴을 포함한 전국 전공의들은 1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면 파업에 동참한다"며 "24일부터 6일간의 전면 파업에 대해서도 대표자 만장일치로 동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막내들의 참여로 의협 파업은 막판에 상당한 동력을 얻게 됐다. 전공의들은 전국 70개 1만7천여명으로 이들이 빠지면 대학병원 등의 진료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0일 파업이 개원의 중심이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관측했지만 전공의들의 참여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의협은 이번 파업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하며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파업 하루 전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정부의 원격의료,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 등을 비판했다.
노 회장은 "원격진료는 안전하지도 않고 위험하다. 더욱이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단 한번의 시범사업도 거치지 않았다"며 "의료영리화 정책, 즉 편법적인 영리병원의 허용은 의사로 하여금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하지 않고 투자자를 위한 진료를 하도록 강요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들의 이번 투쟁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거두워달라고 정부를 향해 벌이는 싸움이다"면서 "정부는 의사들을 범죄자로 간주해 강력 처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굴하지 않고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 정부 "불법은 엄벌" 행정처분에 형사처벌 재천명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10일 하루 파업에 대해서도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주말 정책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의협의 집단휴진에 대해 "정부와 의사협회가 의료 현안에 관해 협의 중인 상태에서 납득할 이유 없이 집단휴진을 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불법적 집단 행위는 발붙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법과 원칙을 바로세워야 할 것"이라며 "집단휴진이 강행되면 업무개시 명령 등 법에 따른 신속한 조치를 하고 위법 사실을 철저히 파악해 고발 등 조치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복지부와 전국 시·도 보건소 등은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것을 재확인했다. 당일에 전국의 보건소와 건강보험공단 지사가 휴진 의료기관을 조사한다. 복지부도 전국에 공무원을 파견해 파업 참여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채증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파업 참여가 확실시되는 지역 의사들을 골라 집중적으로 감시 및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불법 휴진이 확인되면 업무개시 명령서를 전달하고 명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고발 조치를 할 계획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파업 전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협이 정부 협의 결과를 부정한 채 불법적인 진료거부를 철회하지 않고 오히려 전공의들까지 진료거부에 참여할 것을 선동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불법적인 진료 거부를 철회하고 의료계 발전을 위해 정부와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 보건소 밤 10시까지 문 열어, 약국도 연장운영
한편, 정부는 집단휴진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전국 시도 보건소 등에 비상의료체계를 점검했다.
이날 병,의원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응급의료기관, 의료기관 및 약국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거주지 인근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현황은 중앙응급의료센터 E-gen(www.e-gen .or.kr)나 응급의료정보센터(www.1339.or.kr), 건강보험심사평가원(www.hira.or.kr)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어플 '응급의료정보제공' 에서도 조회 가능하다.
또한, 보건복지콜센터(129), 소방방재청 119구급상황관리센터(119),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1577-100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콜센터(1644-2000)에서도 전화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위급한 상황일 때에는 119 종합상황실에 연결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서울의 경우 120 다산콜센터에서도 안내 받을 수 있다.
전국 보건소는 연장근무 요청에 따라 밤까지 문을 열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보라매병원 등 8개 시립병원 일반진료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 운영을 하는 한편 56개 야간·휴일 지정 진료기관도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보건소와 보건분소는 진료기능 중심으로 운영을 전환하며 일반 환자 진료시간을 밤 10시로 연장해 운영한다.
경기도도 45개 보건소와 121개 보건지소, 6개 도립의료원의 진료시간을 집단휴진 종료 시까지 연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63개 의료기관에는 24시간 응급진료체계를 갖추고 병원급 의료기관은 외래진료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약국들도 운영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대한약사회는 "의료계의 집단휴진이 강행될 경우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약국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적은 도서벽지 등의 경우에는 위급 환자 발생 시 초기 대응이 늦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