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KT 황창규 회장은 왜 고개부터 숙여야 했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KT호의 새 선장으로 취임한 황창규 회장이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했다.

지난 1월말 취임한 황 회장은 새로운 KT 경영방침을 '1등 KT'로 잡고 있는데 국민과의 첫 대면이 '대국민 사과'가 된 것이다. '황의 법칙'으로 반도체 업계의 신화를 이룩한 황 회장으로서는 출발선에 서자마자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황 회장의 '사죄'는 오히려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동시에 KT 내부개혁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KT 황창규 회장은 왜 고개부터 숙여야 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과하는 황창규 회장. (사진=KT 제공)
▶ 황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상당히 강한 톤이었는데?

= 그렇다. KT 황 회장이 지난주 금요일(7일)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했다. 회장으로 취임한 뒤 기자들 앞에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인데 사과문도 단순히 유감이나 사과가 아니라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것이었다.

황 회장은 또 "IT전문기업으로서 수치스런 일" 이라거나 "관련자를 엄중문책 하겠다"는 등 당히 고강도의 표현으로 대국민 사죄를 했다.

황 회장은 "이번 해킹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사건에 대해 KT 전 임직원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황 회장은 "특히 지난 2012년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난 이후 보안 시스템 강화를 약속했음에도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객정보가 두 차례에 걸쳐 유출됐다는 것은 IT전문기업인 KT로서는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제가 새롭게 경영을 맡은 이상 과거의 잘못은 모두 새롭게 매듭지어 회사가 '1등 KT'가 될 수 있도록 바로잡고 관련 내용도 조속히 규명해 엄중히 조치하겠다"며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취임한 뒤 첫 공개행사에서 사죄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 그렇다. 특히 황창규 회장으로서는 자신의 재임시절 일어난 일이 아닌데도 직접 머리 숙여 '사죄'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KT 내부에서는 황 회장이 직접 사과할 것이냐 아니면 KT 최고기술책임자(CIO, IT부문장)인 김기철 부사장이 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CIO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예정이 됐었다.

그런데 아침회의에서 황 회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황 회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KT의 한 고위임원은 "임원회의에서 누가 언제 사과하는 것이 옳은지를 두고 토론을 벌인 끝에 황 회장이 직접 사과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김기철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황 회장의 새로운 경영방침은 '1등 KT'로 고객에게 새로운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인데 생명과 같은 중요 자산인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직접 사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KT 제공)
▶ 그렇다면 오늘 주제로 돌아가서 "황창규 회장은 왜 고개부터 숙여야 했나?"

= 사실 KT로서는 최근이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계속 줄어드는데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T는 사상 첫 적자 전환, KT ENS 협력사의 1조원이 넘는 대출사기 사건, 1200만 명 고객 정보 유출, 그리고 45일 장기 영업정지(통신3사 모두 영업정지)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황 회장으로서는 마냥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황 회장으로서는 직접 '대국민 사죄문'을 발표하게 됐는데 오히려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첫 번째는 솔직하게 대국민 사과를 함으로서 최악의 개인정보유출 파장을 조기 진화하는 것이다. 전임 이석채 회장 시절에 일어난 일이지만 KT호의 선장이 된 이상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태도는 오히려 가입자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과하는 표현명 사장과 송정희 부사장.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2012년에는 이석채 회장이 나서지 않고 표현명 사장과 정보관리책임자인 송정희 부사장을 내세워 사과를 했다.

두 번째는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것으로 새로운 출발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황창규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과거 잘못된 투자와 정책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새롭게 혁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목이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KT의 한 임원은 "황 회장으로서는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서 과거와는 분명하게 결별을 선언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KT를 확실하게 장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KT 임직원들로서는 최고경영책임자인 황창규 회장의 첫 공개일정이 대국민 사과라는 점에서 일종의 책임의식 다시 말해 빚을 지는 셈이다. 새로운 CEO가 경영혁신이나 '1등 KT' 비전 같은 미래의 전망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너가 있는 사기업 같았으면 관련 임직원들이 줄줄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떠나야 하는 일이다. 물론 황 회장도 '관계자 엄중 문책' 방침을 밝힌 만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황 회장으로서는 이번 대국민 사죄를 계기로 내부 기강잡기에 나설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회장은 오는 6월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KT의 쇄신을 도모할 예정인데, 쇄신의 과정에 내부반발이 거셀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개혁의 명분을 확보한 만큼 황 회장이 내부 수술의 칼자루를 확실하게 잡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황 회장은 자신이 취임하기 이전에 벌어진 일이니까 책임을 회피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서 KT에 쏟아지는 비난여론을 조기에 잠재우고 과거와 결별을 선언하는 동시에 내부의 기강을 다잡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KT 서초 사옥. (사진=송은석 기자)
▶ 그렇지만 이번 개인정보유출이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니지 않나?

= 그렇다. KT의 개인정보 유출은 금융기관이나 개인의 정보유출보다 더 위험한 것이다. 통신3사가 단순히 개인고객의 정보관리 뿐만 아니라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해주는 '본인인증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KT는 불과 1년8개월 전인 2012년 7월에도 877만 명분의 개인정보를 해킹당한 전력이 있고, 지난 2004년에는 92만 명분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전력이 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9일 민관 합동조사단이 해킹 사고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KT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ICT전문기업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질책했다.

KT는 지난 2012년 8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직후 약속했던 대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KT 김기철 부사장(IT부문장)은 7일 서울 KT 광화문지사에서 열린 고객정보유출 관련 브리핑에서 "2012년 해킹 사태 이후 보안약속 이행과 관련한 4가지 약속을 했는데 이 가운데 3가지는 이행했고 영업전산시스템을 새로 개발해 보안 취약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아직 이행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김 부사장은 "새 전산영업시스템 개발 프로젝트가 진척이 잘 되지 않아 이 약속은 이행하지 못했다"며 "다른 약속은 모두 이행했다. 보안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웹서비스로의 접근을 차단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번 주 통신3사에 추가 영업정지 징계가 결정되나?

= 그렇다. 오는 13일 추가 징계가 있을 예정이다.

이미 지난주 통신3사가 45일간의 영업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3개사가 모두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것이 아니고 선도적으로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한 1개 업체만 징계를 받게 되는 것이다.

사실 3개 업체 모두에게 영업정지 징계를 하는 건 하나마나한 것이라는 게 통신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그래서 방통위에서 과징금 부과와 함께 선도적인 1개 업체만 영업정지 처분을 하는 것이다.

영업정지기간은 15일 전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대상이 될 통신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LGU+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관계자는 "LG와 SKT가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LGU+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통신3사의 실적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LGU+가 순수가입자 88만1,541명이 늘어났다. SK텔레콤은 가입자 29만2,881명 감소했지만 SK텔레콤의 알뜰폰 가입자가 39만4천52명 증가해 결과적으로 큰 피해는 보지 않았고 가입자 점유율 50%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KT는 이 기간 순수가입자(알뜰폰 가입자 제외) 65만4,089명이 감소했다. KT는 올 들어서도 1월에 3만4,067명, 2월 4만9,055명 등 올해 들어서도 가입자가 순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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