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르코프스키 "우크라 유혈진압에 러시아 공모"

키예프 시위현장 찾아 수천명 상대 연설…현지TV 생중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고 정적으로 감옥에서 10년을 보낸 전 러시아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50)는 100명의 희생자를 낸 우크라이나 유혈사태가 축출된 전 정권과 러시아가 결탁해 저지른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주장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시위현장인 독립광장을 찾아 현장에 모인 수천 명을 향해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정권이 여기에서 자행한 짓에 관해서 들었다. 그들은 러시아 지도부의 동의하에 이런 일을 했다"고 말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진행된 호도르코프스키의 연설은 여러 현지 TV가 생중계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나는 울고 싶었다. 그건 끔찍한 일"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짓눌렀던 폭력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의 목소리는 흔들렸고 입술은 떨렸다.

하지만 그는 "난 여러분이 또 다른 러시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체포당하고 여러 해 동안 감옥에 갇혀 지냈어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반전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사실상 점령한 데 항의하는 시위가 크렘린궁 부근에서 벌어져 수십 명이 체포된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호도르코프스키의 연설에 고양된 우크라이나 군중은 즉각 "러시아여 일어나라"고 함성을 질렀으며 나이 든 여성들은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지금은 국영으로 넘어간 거대 석유회사 '유코스' 창업자인 호도르코프스키는 푸틴에 맞서다가 탈세 및 돈세탁 혐의로 10년간 복역했다. 그러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작년 12월 20일 사면으로 풀려났다.

한때 러시아 최고갑부이자 대통령을 꿈꾸던 호도르코프스키는 KGB 출신인 푸틴이 2000년 대통령에 취임하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미운털이 박혀 정치탄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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