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중앙정부-크림 자치공, 러' 귀속 갈등 고조(종합)

우크라 총리 "러시아에 한 치도 못 줘…이번 주 미국 방문"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러시아 연방 귀속을 추진하는 크림자치공화국 간의 갈등이 주민투표를 앞두고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총리는 9일(현지시간) "우리 땅을 한 치도 내어 줄 수 없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으며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사태 해결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크림자치공화국 총리는 "우리는 러시아와 함께 미래를 건설할 것"이라며 16일로 예정된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귀속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림자치공화국 주민 수천명은 이날 러시아 귀속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타타르계 주민들은 16일로 예정된 주민투표가 불법이라고 반대해 종족 간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크림공화국 무장세력들은 우크라이나 군부대를 잇따라 공격했으며 미국 합참의장은 사태가 악화되면 군사 개입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크라 중앙정부, 크림의 러시아 귀속에 강경 대응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키예프에서 열린 19세기 우크라 민족시인이자 민주혁명가인 타라스 셰프첸코의 탄생 200주년 기념집회에서 "(크림은) 우리의 땅이며 한 치도 내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야체뉵 총리는 "러시아와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날 내각 회의에서 이번 주에 미국을 방문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위급 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 중앙정부는 크림 정부의 전산망을 차단하고 크림 정부 계좌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루스탐 테미르갈리예프 크림 자치공화국 정부 부총리는 이날 이같이 밝히면서 그러나 중앙 정부의 조치가 크림 주민들에 대한 연금이나 임금 지급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 대행도 러시아와의 병합을 묻는 크림의 주민투표에 대해 "주민투표 결의 자체가 불법"이라며 맹비난했다.

투르치노프는 지난 7일 자국 내에서의 주민투표를 금지하는 법령에 서명해 크림 주민투표가 강행되더라도 결과를 무효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크림 자치공 총리 "러시아와 함께 미래 건설할 것"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자치정부 총리는 "16일 주민투표는 크림이 누구와 함께할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와 함께 우리의 미래를 건설할 것이며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쇼노프 총리는 이날 공화국 수도 심페로폴 시내 레닌광장에서 주민 수천명이 모여 귀속을 지지하는 집회에 나와 이같이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러시아 국기와 크림 공화국 깃발을 흔들고 '러시아'를 연호하며 지지를 표시했다.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 의회 의장도 이날 크림 지역 국영방송에 출연해 불법으로 권력을 장악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콘스탄티노프 의장은 "현 중앙정부는 총과 칼의 도움으로 권력을 잡았으며 그들이 떠나지 않는 한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과정이 복잡하긴 하지만 우리는 이 절차를 3월 안에 모두 마무리하길 기대하고 있다"며 "3월 말이면 크림인들은 조국(러시아)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스탄티노프 의장은 러시아로 귀속되면 크림 정부 공무원들의 급여는 평균 4배 이상 오를 것이며 크림 정부 예산도 2배는 늘어날 것이라면서 귀속에 따른 이익을 강조했다.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는 지난 6일 공화국의 러시아 편입을 결의하고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16일 실시하기로 했다.

◇크림 내 우크라 군부대 연쇄 피습…미국 "군사개입 배제않아"

영국 BBC 러시아어 인터넷판 등은 크림 자치공화국에서 무장세력들의 우크라이나군 공격이 빈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8일 무장세력 100여 명이 심페로폴에 있는 군사위원회 건물을 한동안 점거했다. 군사위원회는 군인 징집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의 병무청과 비슷한 기관이다.

소속부대 표식이 없는 군복을 입은 무장세력은 스스로를 '크림 자경단'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들이 타고온 군용 트럭에는 러시아 흑해함대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크림 지부 공보실도 약 100명의 무장세력이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채 군사위원회에 난입했다고 밝혔다. 공보실은 "스스로를 크림 자치정부 고문이라고 밝힌 퇴역 장성 쿠즈네초프라는 인물이 무장세력을 지휘했으며 그는 군사위원회 건물 층마다 군인들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또 8일 새벽 무장세력들이 국경 지역의 한 초소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7일 밤에도 심페로폴의 한 군부대가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러시아가 크림으로 군인과 장비를 계속 이동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는 흑해함대 소속 병력 외에 크림에 추가로 배치된 자국 군인은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사태가 악화하면 군사 개입에 나서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전날 밝혔다.

뎀프시 의장은 "우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의 조약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나는 동맹국들에게 의무를 이행해야 할 상황이 오면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임을 확실히 했다"고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9일 BBC에 출연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처를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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