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 1주년 맞는 프란치스코 교황

아직은 이미지 변화가 대부분...진정한 교회 개혁은 시간 걸릴듯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지 1주년을 맞는다.

비 유럽권인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 것은 시리아 출신이었던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천282년 만에 처음이다. 또한, 미주 대륙 입장에서는 가톨릭 교회 2천 년 사상 처음으로 교황이 탄생했다.

교황 선출 직후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좋은 저녁입니다"라는 말로 새로운 교황의 역할을 시작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부패와 전통 답습의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던 바티칸의 면모를 새롭게 변화시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의 5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난 1년 간 행적을 살펴보면 높은 벽을 쌓고 권위주의에 젖어 있던 가톨릭 교회가 달라진 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그가 청빈·소박·박애를 상징하는 13세기 이탈리아 중부의 마을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선택한 것 자체가 앞으로 그가 가톨릭 교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를 암시하고 있다.

더구나 그가 평생을 기도와 고행을 통해 봉사하며 살아가는 생활을 실천해왔으며 교육 부문에서 가장 진보적인 교회기관으로 알려진 예수회(Jesuits) 출신의 최초 교황이라는 점은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그는 지금도 바티칸의 교황 전용 관저를 사양하고 다른 성직자들과 함께 게스트하우스에서 살고, 자신의 중고 승용차를 끌고 다니며, 소녀 2명과 무슬림 2명을 포함한 소년원생 12명의 발을 씻겨주는가 하면 이슬람 등 비 가톨릭권과의 대화를 강화하는 등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격의 없이 만나고 있다. 여성에게 교황이 세족례를 해준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상 최초이다.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바티칸 은행의 돈세탁 문제, 교황 기밀문서의 누출 등 추문이 끊이지 않는 교황청의 개혁을 위해서도 다양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에 민간 회계 컨설팅 업체까지 참여하도록 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 작업을 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아직 눈에 보이는 커다란 개혁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으나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위한 변화의 물결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

신학 수업 이외에 칠레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스페인어는 물론이고 독일어와 이탈리아에도 능통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가톨릭 교리 해석에서도 전임 교황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지 않으면 교회 전체의 도덕 체계가 카드로 쌓은 집처럼 무너질 수 있다"면서 동성애, 이혼, 낙태처럼 교회가 반대해온 관행들에 대한 자비와 교단의 개혁 등을 촉구했다.

이 발언의 해석을 놓고 가톨릭 교회 개혁을 향한 청신호라는 진보 진영의 찬사와 종교적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라는 보수진영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브라질에서 일주일간 열린 세계청년축제를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가는 자리에서 "만일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지난 2005년 뿌리깊은 동성애 성향이 있는 사람은 사제가 될 수 없다는 문서에 서명한 전임 교황 베네틱토 16세에 비해 훨씬 더 완화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무신론자들에 대해 `하느님이 자신을 믿지 않고 믿으려 하지도 않는 이들을 용서하는가'라는 질문에 "하느님의 자비는 경계가 없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에게 죄란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며 양심을 듣고 따르면 선악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 즉위 이후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를 강조하고 지난해 11월 발표한 `권고문(복음의 기쁨)'을 통해 교회 개혁을 외치며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등의 직설적인 발언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혹독히 비판해 일각에서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 12월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타임은 '빈자의 성자' 프란치스코를 즉위명으로 선택한 데서 보듯 겸손한 자세로 '치유의 교회' 실현에 앞장서면서 변화의 물결에도 동참해 새로운 천주교 수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오는 5월 중동을 순방하고 8월께 한국 등 아시아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13일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19명의 새로운 추기경 임명을 발표하면서 가톨릭 교회 개혁을 위한 자신의 앞으로 추진 방향을 더욱 분명히 제시했다.

이에 앞서 바티칸 은행 돈세탁 의혹 등과 관련해 임기가 5년인 감독위원회 소속 추기경 5명 중 4명을 교체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가 교황으로 즉위한 이후 1년 동안 바티칸은 여러 가지 변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미지의 변화가 큰 부분을 차지할 뿐 진정한 변화와 개혁이 진행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만큼 오랜 세월동안 쌓이고 굳어져 온 바티칸의 제도와 관행을 바꾸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 의지와 시간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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