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안남수 단장이 결전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 7, 8명을 따로 불렀다"고 귀띔했다. 전의를 북돋기 위해 따로 승리 수당에 대한 언질을 준 것. 프로 선수에게는 더없는 당근이었다. 안 단장도 "오늘 느낌이 좋다"면서 구단 지갑을 아끼지 않을 뜻을 밝혔다.
사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승리 수당을 차등 책정했다. 대부분 팀이 2000만 원이지만 대한항공은 두 배인 4000만 원, 삼성화재는 무려 5000만 원이었다. 올 시즌 삼성화재전에서 두 번 승리하면서 1억 원의 두둑한 보너스를 받았다. 수당 5000만 원에 따로 더 얹겠다는 것.
반면 삼성화재는 특정팀에 대한 특별 보너스는 없었다. 구단 관계자는 "어느 팀을 상대로든 승리 수당은 같고 라운드별 1위 가외 수당이 있다"면서 "그동안 정규리그 우승 상금과 팀 보너스 1억 원씩에 포스트시즌 우승까지 대부분 수당은 V리그에서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V리그 9시즌 중 7번, 최근 6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대신 또 다른 '최고의 당근'이 주어졌다. 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늘 이기면 3일 푹 쉬자고 했다"고 귀띔했다. 삼성화재는 새벽부터 시작되는 혹독한 훈련으로 정평이 나 있다. 3일 휴식은 그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꿀맛같은 보상책이 아닐 수 없었다.
휴식의 효과가 더 컸던 것일까.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에 3-1(22-25 25-23 25-17 25-20)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65로 현대캐피탈에 4점 앞서면서 오는 13일 러시앤캐시와 최종전과 관계 없이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챔프전에도 선착, 7시즌 연속 정상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레오가 성공률 66.21%의 무시무시한 공격으로 양 팀 최다 49점을 몰아쳤다. 박철우도 12점으로 거들었다.
현대캐피탈은 5시즌 만의 정상 탈환이 무산됐다. 정규시즌 2위가 확정되면서 플레이오프를 통해 4시즌 만의 챔프전 진출을 노리게 됐다.
삼성화재는 1세트 72% 공격 성공률을 보인 현대캐피탈 아가메즈(29점)에 기선을 제압 당했다. 그러나 2세트 레오에 박철우까지 살아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고, 3세트 전세를 뒤집었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 아가메즈가 2점, 공격 성공률 25%로 힘을 잃은 데다 상대보다 2배 많은 실책 8개를 범했다. 4세트 문성민(18점)이 맹활약하며 접전을 펼쳤지만 승부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선수들한테 3일 쉬라고 했다"면서도 "그러나 오늘 선발로 나간 선수만 해당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어 "13일 러시앤캐시전을 대비해야 해서 오늘 많이 안 뛴 선수들은 이틀만 쉰다"고 웃으면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