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이 10여 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업황을 반영하듯 국내 증권사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고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1위 증권사인 위안다 증권이 동양증권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그 배경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안다 증권은 지난해 10월 동양증권 매각설이 나오자마자 실사에 나서고, 이달 초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당시에도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
◈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4~12월)에 국내 62개 증권사는 109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 증권사들 대부분 위탁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 없이 증권사는 2배 가까이 늘었다.
시장은 그대로인데 수수료 나눠먹기를 하다 보니 각자 가져갈 수 있는 위탁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거기다 부동산 시장 침체,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개인투자자들도 떠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전문가들도 국내 주식사장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는 증권사 매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인수자를 쉽게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자본인 위안다 증권이 동양증권 인수에 뛰어 들었다.
위안다 증권의 한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도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해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막판에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LG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로 넘어갔다.
위안다 증권이 계속해서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것은 한국을 동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위안다 증권 관계자는 "한국 자본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면서 "그 동안 쌓아온 아시아 경험과 동양증권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시아 증권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탈에 비해 국내 주식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이 저평가 된 점도 한국 시장의 장래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이 전세계적으로 비슷하지만 이머징 마켓 중에서 우리가 나은 편이다. 전문가 대부분 지금이 바닥이라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자본 들어와서 증권 산업 발전에도 활기 불어넣는다면 환영할 만한 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