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가짜문서 제작비' 1천만원 의미는?

자살을 시도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중국 국적의 탈북자 A씨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수술실에서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이 문서를 가짜로 만들어 국정원에 건넨 협력자 김모(61)씨의 자살기도와 유서내용 공개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김씨는 유서에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비록 깨끗한 돈은 아니지만 국정원으로부터 2개월 봉급 6백만원(월 300만원)과 가짜서류제작비 1천만원, 그리고 수고비를 꼭 받아내라"고 적고 있다.

이에따라 국정원이 간첩증거 자료를 위조한 사실을 본부차원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정원내 수사팀 그리고 김씨와 접촉한 정보원들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씨가 국정원으로부터 꼭 받아내라고 한 1천만원은 '가짜서류제작비'로 적혀 있다.

김씨는 간첩 피의자 유우성(34) 씨의 변호인 측이 제출한 중국 삼함변방검사참(세관)의 출입국 정황설명서에 대한 반박 문서를 구해줄 것을 부탁받고 삼함변방검사참의 문서인 것처럼 거짓 서류를 꾸며 국정원 측에 전달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김씨는 또 조사에서 "(국정원이) 그 정도면 (자신이 건넨 문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검찰 진술을 바탕으로 볼때, 김씨가 유서에서 적시한 가짜서류제작비 1천만원은 이번 삼합변방검사참의 문서를 위조하는데 소요된 경비를 지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김씨가 삼합 문건이 아닌 별도의 추가 문건을 구해오며 1000~2000만원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김 씨가 유우성 씨 관련 기존 3개 문건과 다른 문건을 발급받았다며 상당액을 요구했고 면밀히 검토한 결과, 위조문건임이 판명돼 거절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이같은 해명은 궁색할 뿐만 아니라 또다른 문서 조작 논란을 낳고 있다.

우선,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삼합변방검사참의 문건을 위조했다고 시인했고 관련 조사를 받은 뒤 곧바로 유서 작성과 함께 자살을 시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제의 1천만원은 삼합변방검사참의 문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다른 의문은 김 씨가 이번 간첩 사건과 관련 구해 온 여러건의 문건이 있고, 위조 문건이라고 국정원이 판명까지 했다면 국정원은 당연히 '국정원 협력자'로서의 김 씨의 역할을 왜 의심하지 않았는 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줄곧 "위조사실은 절대 없다"고 버텨왔다.

이에 대해 사정당국 관계자는 "유서와 김씨의 검찰 진술 내용을 종합하면 문서 위조사실을 국정원 본부차원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김씨를 접촉한 수사팀은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국정원은 작년 8월 유우성씨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긴급하게 유죄를 입증할 자료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따라 '중국에서 구한 자료들의 진위가 쉽게 드러나겠냐'는 안이한 판단으로 접근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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