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300:제국의 부활, 에바 그린이 '갑'인 테스토르테론 넘치는 오락영화

남의 나라지만 현실에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판국에 이유 불문하고 서로 죽이는 전쟁영화를 봐야하는지 피로함이 살짝 밀려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7년 국내에 '짐승남' 신드롬을 일으킨 '300'의 속편인 '300:제국의 부활'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그래픽노블을 스크린에 옮기듯 한 특유의 색감으로 저 멀리 고대도시국가의 '영화적'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원격조정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두뇌게임을 벌이는 현대전과 달리 직접 구릿빛의 단련된 전사들이 검을 들고 전장에 뛰어들어 살과 살을 부딪이며 싸우는 전투신은 묘한 쾌감을 안겨준다. 원초적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할까.

게다가 지도자가 직접 검을 들고 전장에 뛰어든다. 진정한 리더십, 명예, 애국심, 동지애가 살아있는 분위기다.

페르시아의 여전사 아르테미시아(에바 그린)가 잘린 목을 열쇠고리의 장식처럼 주렁주렁 들고 자신을 총애한 다리우스 왕에게 갖다 바치는 장면이나 순식간에 잘려나간 신체 일부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치는 순간마저도 남성호르몬이 넘쳐나는 이 영화에서 오락적 요소로 수용된다.

이번 속편은 그 어떤 남자보다 카리스마 넘치고, 검술에 능한 아르테미시아를 내세워 전편과 다른 재미를 준다. 독특한 퇴폐미가 매력적인 그린이 연기한 이 여전사는 모든 근육질 남자들을 압도하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아르테미시아의 대척점에는 타고난 지력가이자 존경받는 그리스의 정치인이자 군인인 테미스토클레스(설리반 스탭플턴)가 있다. 두 남녀는 서로의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의 남녀로서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소문의 그 '전투신을 방불케 하는 정사신'으로 아르테미시아는 테미스토클레스를 자신의 수하로 두고 싶어 1대1로 독대하는데 유혹과 위협이 뒤섞인 이 장면은 성적긴장감이 넘친다.

보통 속편을 만들려면 전편의 인물들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속편 제작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왕이 스파르타의 최정예부대 300의 전사를 모두 전멸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 '300'의 작가인 프랭크 밀러가 묘안을 짜냈고 이 영화는 전편과 제법 잘 연결됐다.

속편의 이야기는 전편의 레오니다스 왕(제라드 버틀러)이 테르모필레에서 페르시아 대군과 싸우던 3일 동안 일어난 전투를 그렸다. 그러니까 동 시기 그리스 앞 바다에서는 아르테미시아가 이끄는 전함과 그리스 연합군의 전함이 해전을 벌였다는 설정이다.

그 중심에는 10년 전 다리우스 왕의 심장에 화살을 꽂고 아테네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테미스토클레스가 있다. 그는 마라톤 경주의 시초가 된 그 마라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페르시아 대군에 맞서 그리스 도시국가가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르시아 함대를 지휘하는 아르테미시아는 원래는 그리스인이었으나 어린 시절 무자비한 일을 당하고 자신을 거둬준 페르시아에 충성하게 된 인물. 그는 오로지 그리스를 불바다로 만들고 싶어 전쟁을 벌인다.

전편에서 크세르크세스 왕을 연기한 로드리고 산토르가 동일 인물을 연기했다. 7여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300에서 레오니다스 왕으로 압도적인 매력을 발산한 제라르 버틀러도 잠깐 나온다. 300의 전사들이 피 흘리고 죽어있는 장면에서 크세르크세스 왕이 레오니다스 왕을 죽이는 장면이 이 영화의 오프닝이다.

레오니다스 왕의 아내인 고르고 여왕은 관객들에게 영화 속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로 활약한다. 출연분은 많지 않으나 신뢰감을 주는 강인한 모습으로 아르테미시아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한편 이 영화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을 자유를 상징하는 그리스인들이 '페르시아의 압제'에 대항해 싸운 것으로 그려냈다.

그리스인을 민주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 그린 반면 고대 이란인인 페르시아인은 인간이라기보다 악마나 마녀처럼 그렸다. 할리우드 오락영화에서 소련이나 독일, 이란 등이 단골 악당으로 그려진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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