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 시위대 사살 저격수 야권이 고용했을 수도"

에스토니아 외무 주장…"우크라 새 정부 진상조사 꺼려 의혹 확산"

지난달 우크라이나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 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양쪽에 총격을 가한 저격수들이 기존 야권에 의해 고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유럽연합(EU) 내부에서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같은 의혹은 우르마스 파엣 에스토니아 외무장관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캐서린 애슈턴의 전화통화 내용이 5일(현지시간)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제기됐다.


지난달 말 키예프를 방문했던 파엣 장관은 우크라이나 방문 결과에 대해 애슈턴 대표에게 설명하면서 독립광장에서 사상자 치료를 담당했던 현지 의사 올가 보고몰레츠와의 대화 내용을 전했다.

파엣은 올가가 "저격수들이 시위대와 진압부대 양측 모두를 사살했으며, 이들을 사살한 저격수들은 같은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파엣은 이어 "이 저격수들 뒤에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아니라 기존 야권 진영 인사 가운데 누가 있다는 의혹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새 정부가 유혈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를 꺼리고 있는 것도 사람들의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새로 집권한 야권 세력이 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권 초기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엣은 또 "우크라이나 시민사회 대표들 사이에서는 새 과도 내각을 구성한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서 "이들에게 더러운 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들에게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면서 "의원들의 집에 괴한이 찾아오고 한 의원은 자기 집 앞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통화 녹음을 유튜브에 올린 '마이클 버그먼'(Michael Bergman)이란 아이디의 업로더는 녹음이 실각한 야누코비치 대통령에 충성했던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의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에스토니아 외무부는 이날 통화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 파엣 장관과 애슈턴 대표 간 통화는 지난달 26일 파엣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뒤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파엣은 전화 통화 내용 유출과 관련 "도청이 이루어진 것이 아주 유감스럽다"며 "통화 내용이 오늘 (인터넷에) 유포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EU는 논평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선 지난달 18일부터 며칠 동안 야권 시위대와 경찰 간에 격렬한 무력 충돌이 벌어져 양측에서 최소 수십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 사상자 가운데 다수는 총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야권은 야누코비치 정부가 시위대 진압을 위해 저격수들을 고용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내무부는 이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5일 현재까지 키예프 시내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모두 99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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