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사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의개발당(AKP)이 지방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정치를 그만둘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집권당은 지난해 12월 17일 터진 '비리 스캔들' 여파로 지지율이 하락했으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예상 득표율은 40% 안팎으로 조사돼 현재로서는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에르도안 총리는 최근 공개된 감청자료에서 법무장관에게 재판에 개입하라고 지시하고 친구의 회사에 군함건조사업 입찰에 조언했다는 주장에 반박했으나 통화한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아들과 거액의 비자금을 은폐하는 내용의 통화가 지난달 25일 폭로되자 녹음파일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총리로서 법무장관에게 (재판 진행 상황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시장감시위원회(SPK)가 보고한 자료는 매우 위험한 내용이었다"며 "'평행 정부'와 더러운 관계가 있어서 주시하라고 말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평행 정부'는 '국가 내 국가'라는 뜻으로 에르도안 총리가 이슬람 사상가인 페툴라 귤렌을 따르는 세력이 국가 기관에 대거 진출한 것을 비판할 때 쓰는 용어다.
지난 3일 공개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에르도안 총리는 사둘라 에르긴 법무장관에 전화를 걸어 도안미디어그룹의 아이든 도안 회장이 상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총리는 법원이 탈세와 불공정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도안 회장에 무죄를 선고하자 화를 냈으며 에르긴 장관에게 상소하라고 요구했다.
도안그룹은 성명에서 "이 통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터키의 사법 체계를 흔드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됐다고 비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전날 공개된 군함 입찰과 관련한 녹음파일에 대해서도 대화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로 해명했다.
그는 "여러 기업이 입찰에 참여해 떨어진 일부 업체가 나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가의 재정을 아낀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소송을 제기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현지 일간지 자만은 에르도안 총리가 입찰에서 탈락한 동향 친구에게 민원을 제기하라고 요청하고 재입찰이 결정된 이후 입찰 가격을 조언한 통화를 감청한 파일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런 감청은 전적으로 불법행위"라며 "평행 정부와 관련된 검사들이 터키 총리와 대통령을 감청했다"고 말했다.
미국에 자진 망명 중인 페툴라 귤렌의 지지층은 검찰과 경찰에 대거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총리는 "(귤렌 지지자들이) 에너지부 장관의 국가 기밀과 관련한 통화를 감청해 인터넷에 퍼뜨려 국가가 수백만 달러의 잠재적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