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사태>러시아, 크림반도에 파병했나…논란 지속(종합)

푸틴 대통령 "크림에 러'군 없다"…전문가들은 "무장세력 장비 러시아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남부 크림반도로 파견됐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기존에 크림에 주둔 중인 흑해함대 병력 외에 추가로 우크라에 파견된 러시아군은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 자치공화국 내 안전 확보에 나서고 있는, 표식없는 군복을 입은 무장 세력이 사실은 러시아 군인들이라는 의혹에 대해 이들은 현지 자경단 소속으로 러시아군은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크림 자경단 훈련에 러시아군이 관여했느냐'는 질문에도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부인에도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러시아 온라인 뉴스통신 뉴스루는 이날 크림반도 서부 예프파토리야 지역에 주둔 중인 특수부대의 한 지휘관이 우크라이나 TV 방송 '우크르스트림TV'(UkrStream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 군인"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지휘관은 '왜 군복에 부대 표시가 없나'는 질문에 "원래 군복이 그렇다"고 답했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회견에서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파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직후 러시아 군인들로 의심받아온 일부 무장 세력이 경비를 맡고 있던 시설에서 떠나는 것이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이미 파견됐던 러시아 군대 중 일부가 푸틴의 파병 부인 발언 이후 철수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군사전문가들도 크림의 무장세력이 사용하는 장비들이 러시아제라며 이들이 러시아 군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무장세력의 장갑차량 'GAZ-2975 티그르/호랑이/'는 러시아군에만 납품된 차량이며 이 차량 번호판의 21번 코드는 러시아 북(北)캅카스군관구 코드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소지한 '드라구노바' 저격용 소총도 러시아 특수부대에만 제공된 것이란 주장도 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5일 '선전전'이라고 일축했다.

쇼이구 장관은 현지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크림 반도에 러시아 군이 이용하는 장비가 배치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진은 "도발"이라며 "어떻게 크림에서 '티그르' 같은 장갑차량이 찍혔는지 모르겠다"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쇼이구는 또 러시아 번호판을 단 군용 차량 행렬이 찍힌 크림 현지 사진도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서방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1일 자국 상원으로부터 군사력 사용 승인을 받기 전 이미 상당수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로 이동했다고 주장해 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대 1만 6천명의 러시아 병력이 크림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크림반도 예프파토리야의 군부대를 취재하던 아랍계 TV 방송 '알자지라'와 우크라이나 TV 방송 '1+1' 취재팀이 한때 무장세력에 억류됐다고 BBC 방송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취재팀이 촬영을 끝내고 부대 주변을 떠나려 할 때 약 150명의 무장세력이 이들을 포위한 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촬영한 영상을 보여달라고 강요했다.

무장세력은 서방 언론 매체들이 반(反)러시아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면서 "왜 자꾸 전쟁 얘기를 하느냐. 전쟁이 어디에 있느냐.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은 형제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취재팀은 모두 풀려나긴 했지만 군인들은 도시 외곽까지 이들을 따라오며 감시했다고 알자지라 기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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