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인사로는 '시골의사'로 불리는 박경철 원장이 꼽힌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박 원장을 거의 매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안 의원은 박 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생명을 나눈 사이"라는 말도 주변에 했다고 한다. 안 의원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곽수종 박사는 박 원장이 천거한 인물로 알려졌다. 곽 박사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통합 신당 논의를 하는 회동에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장이 속한 자문그룹은 안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서울 서초동 인근에서 주로 모였는데, 안 의원은 별도의 수행원 없이 이곳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곳이 로펌사무실이라는 설도 있고, 후원멤버는 안 의원과 가까운 업계 CEO들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이들 자문단의 영향력이 드러나는 사례로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2012년 10월 인하대 강연이 있다. 당시 네 가지 버전의 원고가 올라왔는데 안 의원이 선택한 안이 바로 박 원장이 속한 자문단에서 작성된 것이었다고 알려졌다. 안 의원은 당시 강연 마지막에 "새로운 의견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언제나 의심받고 반대에 부딪힌다"는 존 로크의 말을 인용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뭇매를 맞아야 했다.
당시 캠프에 참여했던 몇몇 정치학자들조차 어디서 그런 정치혁신안이 나왔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공식적 조직이었던 연세대 김호기 교수가 주축이 된 '정치혁신포럼'에서 이견이 불거지면서 정치제도를 다루는 '협치포럼'이 분리되는 과정 등도 있었는데 정작 발표된 안은 다른 라인을 통해 올라왔다는 이야기가 캠프 안팎에서 돌았다.
이어 그해 11월 22일 대선후보 단일화를 놓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담판회동을 벌인 뒤에도 안 의원은 공동선대본부장 등 참모들과의 회의를 취소한 채 자택으로 향했었다. 호텔방 문밖으로 고성이 들릴 정도여서 수행참모들이 대화를 엿듣지 않기 위해 스스로 휴대전화로 노래를 틀었다고할 만큼 격앙된 회동이었다고는 하지만 안 의원은 캠프 대신 칩거를 택했다. 이튿날 안 의원은 사퇴를 결심한 뒤 박선숙, 김성식 당시 공동선대본부장을 불러 담담하게 내용을 통보했다고 한다. 캠프의 한 인사는 "미스터리같은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대선 당일 미국행,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안 의원은 박 원장 등의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몸담았던 다수의 참모진들의 반대는 안 의원의 결정을 돌리진 못했다. 또, 최근 독자신당 창당과정에서도 부산과 광주 등에서 박 원장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의사 출신들이 지역조직화에 나섰다.
최종 판단은 어쨌든 안 의원의 몫이다. 안 의원은 지난 5일 "제3지대 신당 창당 결정이 주변의 조언을 받고서 내린 고독한 결단이었냐"고 기자가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박 원장의 자문을 구했느냐는 질문에는 "함께 했던 분들께 상의드리면서 계속 여러 일을 하고 있다"고 했고, "모든 분들에게 같은 내용을 상의드리는 건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안 의원은 전날 전주에 이어 이날은 추진 중이던 독자 신당의 부산시당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발기인들에게 제3지대 창당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안 의원은 "저 스스로 정말 신중하게 깊숙이 내면을 성찰해봤다"면서 "어떤 어려움 있더라도 새정치 이루겠다는 그 마음은 정말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맘속 깊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