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 군함사업 입찰에 친구 회사 밀어줘"

총리 통화 감청한 녹음파일 폭로 '봇물'

터키 총리의 전화를 감청한 녹음파일이 연일 폭로되는 가운데 총리가 군함 입찰에서 친구의 회사를 밀어주는 내용이라고 주장한 음성 파일이 새로 공개됐다고 터키 일간지 자만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만은 이 음성파일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조선업체 투르콘홀딩스의 메틴 칼카반 회장에 군함 건조 사업의 입찰을 따낼 수 있도록 조언하는 통화가 녹음됐다고 밝혔다.

진본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 파일에 따르면 에르도안 총리로 추정되는 인물은 지난해 4월 칼카반 회장에게 이 사업의 입찰 결과에 항의하라고 요구했다.

칼카반 회장은 자신의 회사가 입찰에서 실패했다고 말했으나 에르도안 총리는 거듭 총리실 산하 위원회에 재입찰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해 9월 27일 통화에서는 칼카반 회장에게 재입찰 신청 때 써 낼 입찰 가격도 조언했다.

칼카반 회장은 동북부 도시인 리제 출신으로 에르도안 총리와 동향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지난해 1월 터키 최대 재벌그룹인 코치홀딩스의 계열사 RMK가 수주한 바 있다. RMK는 소형 군함인 코르베트함 6척을 건조하는 25억 달러(약 2조7천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에르도안 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방위산업집행위원회(SSIK)는 입찰 결과를 취소했다.

방위산업집행위원회는 탈락한 업체들이 제기한 민원을 심층적으로 조사한 결과 기존 계약을 취소하고 6척 가운데 2척은 터키해양조선소로 선정했으며 나머지 4척은 재입찰한다고 밝혔다.

터키 언론들은 입찰 취소의 결정은 코치홀딩스 계열사인 디반호텔이 지난해 6월 반정부 시위 당시 시위대를 보호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호텔은 시위대가 피신하자 정문을 닫고 문을 열라는 경찰의 요구를 거부했으며 에르도안 총리는 "경찰을 공격한 시위대를 보호해줬다"고 비난했다.

에르도안 총리의 전화를 감청한 파일은 지난달 5일부터 유튜브에서 폭로되기 시작했으며 총리 부자가 거액의 비자금을 은폐하는 계획을 논의한 통화가 공개된 지난달 25일부터는 거의 매일 새로운 파일이 공개되고 있다.

전날에도 에르도안 총리가 터키 최대 언론기업 회장의 재판에 개입하라고 법무장관에 지시하고 유명 프로축구 구단의 회장 선거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내용의 녹음파일이 공개돼 해당 기업과 야당 등이 거세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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