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은 조직학적으로 암 발생에 취약한 구조다. 대장은 소장에서 넘어온 각종 음식물 찌꺼기에서 수분을 흡수한 뒤 이를 직장에 모아 두었다가 항문을 통해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발암 물질을 포함한 각종 독성 노폐물에 늘 노출되다 보니 그만큼 암세포가 자라나기 쉬운 환경이다.
대장암과 식습관의 이 같은 상관관계를 뒤집으면 식습관을 살짝 바꾸는 '작은 노력'으로도 대장암 발생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대목동병원 위암·대장암협진센터 정순섭 교수는 "병원을 찾는 대장암 환자들을 보면 평소 좋지 않은 식습관으로 병을 얻는 경우가 많다"며 "건강한 대장을 가지려면 식습관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한다.
대장암에 안 걸리려면 어떤 음식을 멀리하고 또 가까이 해야 할까.
대장암 예방을 위해 피해야 할 대표적인 음식이 육류로 대표되는 고칼로리 음식, 그 중에서도 붉은살코기다.
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많은 연구에서 음식의 종류와 관계없이 칼로리가 높을수록 대장암의 위험이 증가했다"며 "특히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와 같은 붉은살코기는 지방 함량이 높아 열량이 많고 불에 굽고 훈제하는 등의 요리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니트로조아민 등)이 암을 유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한다.
동물성 지방은 체내에서 담즙산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담즙산은 대장 점막을 자극하고 장내 세균에 의해 발암물질로 전환돼 대장 상피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트랜스 지방산도 대장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랜스 지방은 식품 가공 과정에서 주로 쓰이는데, 팝콘 감자튀김류 라면 냉동피자 도넛류 등에 많다.
술과 담배도 안좋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음주를 하는 남자에서 직장암 발생률이, 흡연자에서 대장선종과 대장암의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습관적인 음주 또는 과음이 대장암과 전립선암의 위험률을 80%가량 높인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즐기는 커피는 대장암 예방에 이로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연구 결과 커피를 하루 6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위험이 최고 40%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장암 예방에 좋은 대표적인 음식은 과채류다. 많은 역학조사에서 대장암 발생률은 육류 및 지방식품 섭취가 많을 때 높아지고, 식물성 단백질과 야채, 과일의 섭취가 증가하면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카로티노이드(비타민 A 전구체), 레티노이드(비타민 A), 비타민 C 등이 많이 들어있다.
과일 중에서도 딸기,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등 베리류가 대장에 더욱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베리는 식이섬유 함량이 바나나의 2.5배로 소장에서 당과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고 장내 독소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대장암 발생을 막는다.
다만 생채소를 먹을 때에는 드레싱이나 쌈장 등 양념이 많아지지 않도록 조절토록 한다. 특히 드레싱은 지방과 당 성분으로 인해 칼로리 섭취가 지나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빔밥 등에 들어가는 껍질 및 줄기류의 고섬유질 채소도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 섬유질 성분이 수분을 지나치게 흡수함으로써 부종이나 변비, 장폐색을 부를 수 있어서다.
최근의 대규모 연구 결과가 따르면 칼슘 섭취가 대장선종과 대장암 발생을 유의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칼슘이 담즙산, 지방산과 결합해 대장 상피세포에 담즙산이나 지방산이 유해한 작용을 하는 것을 줄여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은 우유, 치즈, 두부, 멸치, 마른새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