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기술의 젖줄, ETRI 임주환 원장..석.박사만 천6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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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IT강국 하지만 ETRI가 없으면 IT는 없다고 자부합니다. CDMA 시작할때 아무도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래도 밀고나갔기 때문에 오늘날의 CDMA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대무선 통신을 간첩들이 무전기 들고다니며 하는 통신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임주환 원장은 ETRI가 한국 IT기술의 젖줄임을 강조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석.박사만 천6백명에 이르는 한국 IT의 기술 젖줄

ETRI(Electronics &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1976년 설립된 정보통신 분야 정부출연 국책 연구기관이다.

정규 직원만 약 1,800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전자·정보통신 국책연구기관으로 석.박사만 1,600여 명에 이르는 고급 두뇌집단이다.

설립이후 현재까지 국제 특허 3,000여 건을 포함해 총 15,000여 건의 특허를 내고 1,386건의 기술을 2,700여 기업에 기술이전해 약 3,650억 원에 달하는 기술료 수입을 올린 신기술의 세계적인 산실로 평가받는다.

ETRI가 개발해 96년에 상용화한 CDMA 기술만 10년간 66조36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유발했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는 CDMA 개발비의 2백79배에 달하는 것으로 이를 포함한 ETRI의 국가경제 기여도는 이 기관에 투자된 예산 4조4천억원의 46.5배에 이른다는게 ETRI의 자랑이다.

ETRI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IT강국의 근간인 기술개발의 산실이 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ETRI를 3년째 이끌고 있는 임주환 ETRI 원장을 24일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ETRI의 성과와 전략,포부 그리고 과학자로서의 그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평생을 IT 기술연구에 매진해온 과학자의 자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임원장은 진솔하고 소탈했다.

ETRI의 대표기술 CDMA 휴대폰 기술과 전전자교환기(TDX)

96년에 상용화된 코드분할접속의 CDMA 휴대폰 기술은 ETRI의 대표적인 IT기술이다.

미개척지인 CDMA를 상용함으로서 한국은 이동통신 강국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당시 유럽이동통신 통화방식인 GSM 계열의 TDMA(시분할접속)과 치열한 논쟁끝에 CDMA 기술개발이 이뤄졌다.

이미 선진국들이 기술을 주도해온 GSM으로 갔을 경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휴대폰 가입자를 수용할 수 없었고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선휴대전화 필요성이 생겼는데 당시 우리는 기반이 없었습니다. 유럽에서는 GSM,일본에서는 비슷한 TDMA가 이미 활성화되는데 그걸 뒤늦게 따라가서는 별 비전이 없다고 본겁니다. 미국의 중소벤처기업에 불과한 퀄컴과 손잡고 CDMA를 상용화한다니까 모두 다 반대였습니다. KT는 에릭슨과 손잡고 GSM으로 한다고 하고 삼성전자조차도 반대했습니다. 상용화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었죠. 주변에서는 군대 무선통신용인 CDMA를 어떻게 민수용으로 쓰냐는 반론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GSM으로 가려면 이미 유럽업체들이 기술을 다 갖고 있어서 기술료를 15%나 내야 했습니다. 지금 퀄컴에 2.5%주는 것도 논란인데 말이죠. 하여튼 모험이었습니다. 한번 해보고 되면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고 안되면 어쩔수 없이 GSM 방식으로 갈수 밖에 없다고 본거죠"

지난해 한국의 휴대폰 수출액은 2백46억달러어치에 달했다. 국내업체들이 CDMA에서 축적한 휴대폰 기술을 GSM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중국 등 어디를 가도 가장 비싸게 팔리는 휴대폰은 삼성의 ''에니콜''입니다. 그게 일본회사가 만든게 아니라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는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입니까? 정말 이건 기적입니다. 아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고요"

임 원장은 한국 IT발전의 초석이 됐던 전전자교환기(TDX) 개발의 주역이다. 전전자교환기 개발로 한국은 1가구1전화시대를 열었고 이것이 이동통신 CDMA 개발로 이어졌다.

"전전자교환기 개발할 때도 그거 개발되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는 비아냥도 있었습니다. 당시 80년대에 전자교환기를 개발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 ,스웨덴,독일 등이 고작이었어요. ETRI가 주도해 전전자교환기 개발하면서 국내업체들도 자신감을 가졌고 이것이 CDMA 나아가 IT강국으로 가는 뿌리가 됐던 겁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ETRI 잘 몰라 섭섭

임주환 원장은 그러나 한국 IT 기술의 젖줄인 ETRI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DMB(멀티미디어이동방송)가 상용화되고 올해 무선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도 상용화될 예정이지만 그 기술이 다 ETRI에서 나왔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기술을 물건으로 상용화하는게 기업들이기 때문에 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기업들이 개발한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처음에 아이디어를 내고 원천기술을 만들어내는게 ETRI입니다. 물론 기업들도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고 실제 기술을 물건으로 만들기 때문에 평가를 받아야죠. 하지만 ETRI는 기업들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이미 7,8년전부터 그 기술을 연구합니다. 그러니 막상 기술이 상용화될 때는 ETRI는 잘 안보이게 되는 거죠. 제품 나오면 삼성이니 LG전자가 붙지만 ETRI는 ''에''자도 안 보이죠. 그래도 알아주셨으면 하는 거죠. 지난해 DMB가 상용화됐지만 ETRI가 아이디이 내서 표준화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그 물건 자체가 없는 겁니다"

기업체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주력,인재양성의 산실

ETRI는 지난해에만 438억원의 기술료 수입을 올렸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가운데 1위다. 2위를 차지한 기관의 기술료 수입이 채 2백억원이 안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CDMA기술료로만 지난해까지 2천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이를 포함해 벌어들인 누적기술료가 총 4천84억원에 달한다.

"기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강조합니다. 기술료의 상당액을 연구원들에게 성과금으로 지급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퇴직한 연구원들도 본인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기술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아예 규정을 바꿨습니다. 획기적인 겁니다. 기술료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기술이 기업체에 활용된다는 의미입니다. 기업들은 절대 돈벌이가 안되는 기술은 사가질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료 수입은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겁니다. 국가예산으로는 마음대로 봉급을 올려주지 못하는 대신 기술료.특허료를 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 성과금을 많이 받으라고 강조하지요"

ETRI는 IT 인재양성의 산실이기도 하다. 현재 연구원출신 550명 정도가 대학 강단에서 IT 관련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자칫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현재 저희 연구원 출신들이 각 대학 IT관련 학과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전부 다 인정받고 있는 분들이에요. 실제 프로젝트를 해본 사람들이고 현장을 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논문쓰고 책으로만 공부해온 분들하고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잘 가르치고 연구용역 성과도 잘 낸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IT전망은 밝다

" 우리는 지난 2년 간 꾸준한 기술개발과 시범서비스 실시, 제도적 기반 구축 노력 등을 통해 IT839전략의 성공을 준비해 왔습니다. 일부 보완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난 10여년 간 보여준 한국 IT기업들의 가치혁신 역량과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가 맞물린다면 IT산업의 국제적 선도는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봅니다. IT839 기술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시장규모와 산업적 파급효과가 크며, 2006년 본격적인 상용화가 기대되는 품목은 와이브로와 지상파DMB, 지능형 로봇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와이브로와 지상파DMB는 ETRI와 몇몇 기업들이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통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품목입니다. 지능형 로봇 역시 미래의 대표적 블루오션으로 IT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들에 대한 산업적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받고 있지만 조금만 더 정신을 차리고 노력한다면 우리나라 IT의 희망은 계속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올해 국민로봇 개발과 모바일 RFID 서비스 개발에 중점

임 원장은 지난해 ETRI 우수 인재 확보(리쿠리팅)를 위해 미국의 대학들을 직접 다녀왔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와 상호 기관 간 연구개발 협력 및 인력, 정보교류를 위한 MOU도 체결했다.

"기본적으로 원천기술 개발로 고부가가치 기술 창출에 매진하고 창립 30년을 맞아 그동안의 연구성과 홍보와 함께 ETRI 브랜드가치를 증대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는 DMB와 와이브로 소프트랜딩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또 국민생활에 가까운 가정용 로봇개발과 모바일과 결합된 RFID 서비스 개발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국민들도 ETRI가 그동안 어떤 연구성과를 내었고 어떤기관인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ETRI는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가는 기술의 산실이 되도록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평생 연구원 후회 안해

임주환 원장은 대학때 공부를 열심히 못한 것이 연구원이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졸업 후 운이 좋게도 ETRI와 인연이 닿아 1978년부터 ETRI 연구원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됐습니다.대학 때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을 하게 되면서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겨 한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독일로 유학을 갔습니다. 사실 먼저 유학을 떠난 지금의 집사람과 함께 있고 싶기도 했고요(웃음).유학생활을 마치고 다시 ETRI로 돌아와 연구에 매진했는데 전전자교환기 개발이 성공했을 때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결국 우리나라의 1가구 1전화시대를 가능하게 했고 또 기폭제가 되어서 CDMA 상용화의 밑거름이 된 것이거든요. 연구원으로서의 길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임 원장은 일각에서는 차기 정보통신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된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처음 듣는 얘긴데요. 그런 말씀 마세요. 그러다가 이것(ETRI 원장)도 못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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