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 군사개입' 통해 뭘 노리나?

(관영 매체를 상대로 기자회견하는 푸틴, RT 홈페이지 캡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크림반도의 긴장상황이 해소됐으며, 이제 러시아가 군사력을 사용할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푸틴은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6일간 실시된 ‘전투태세 점검 비상 군사훈련’에 참가했던 군 병력에 원대 복귀 명령을 내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공보비서는 “푸틴 대통령이 군사훈련이 ‘성공적’이었다는 보고를 받은 뒤, 해당 병력을 원대 복귀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충돌이라는 최대 고비는 넘기게 됐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이번 사태 때 서방에 도움을 요청했을 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러시아는 그야말로 ‘총 한 발 쏘지 않고’ 크림반도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유리한 위치에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서방을 향해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으며 필요시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강력 대응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푸틴의 중요 메시지 중 하나는 다수의 러시아인과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이 살고 있는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합당한 몫’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푸틴은 특히,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서부 지역에서 일어났던 혼란 사태가 동부 지역과 크림으로 확산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처할 것”이라며 향후 군사개입 여지를 남겨두었다.

푸틴은 또 야누코비치를 축출한 현 야권의 권력장악을 ‘반(反) 헌법적 쿠데타’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야누코비치를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은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러시아는 지난달 21일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주요 야당 지도자들이 서명한 정국위기 타개 협정의 합의사항들이 이행되면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협정에는 조기 대선과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 거국 내각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러시아는 협상을 통해 과도내각을 대체할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면서, 야누코비치가 이끌었던 ‘지역당’ 소속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한 친러 세력을 대거 포진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과도정부가 선언한 ‘5월 조기대선’ 일정을 러시아측에 유리한 시기로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권에 묶어두어 유럽연합(EU) 경제권으로 통합되는 것을 막고, 푸틴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0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와 관세동맹을 체결한 러시아는 2015년까지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들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EEU를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물론 우크라이나의 EEU 가입을 바라고 있다.

푸틴은 하지만 “크림반도 합병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분리주의 운동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친러시아계 일각에서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로 합병되는 편이 낫다면서 크림반도에 대한 ‘영토 분리’ 주장까지 펴고 있는데 대한 입장 표명이다.

약 2백만 명에 달하는 크림반도 주민 중 러시아계가 60%로 다수를 차지하지만 반러시아 무슬림인 타타르계도 12%로 적지 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계는 24%에 이른다.

체첸분리주의 세력 때문에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타타르족’이라는 ‘벌집’을 굳이 집안으로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등 옛 소련권에 흩어져 사는 타타르족은 550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 중 300만명은 러시아내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과 바슈코르토스탄 자치공화국에 살고 있다.

푸틴은 각종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서방을 향해서도 “대(對)러시아 제재는 서방 자신에도 해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요구를 쉽게 수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 양측간 힘겨루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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