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주체를 대표적인 노동 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 본인이 아닌 비정규직 근로자 대표나 노동조합으로 바꾸고 한 사업장에서 한 명이 차별 인정을 받으면 같은 조건에 있는 다른 근로자에게도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법적 안전장치도 마련된다.
5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격차 해소 방안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에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중에는 발효시킨다는 목표로 국회와 함께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임금과 생산성 간 연계를 강화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강화해 고용보호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등 28명이 앞서 공동 발의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등 3개 관련 법안을 이런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기본 틀로 보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이들 3개 법안은 파견 근로자와 기간제, 단시간 근로자,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임금과 상여금, 경영성과금,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 측면에서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 본인이 아닌 대표자나 노동조합이 차별 시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의 고의·반복적 차별에 대해 손해액의 3배 이상을 해당 근로자에게 징벌적으로 금전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일례로 정규직에게 시간당 임금 1만원을 책정하는 업무를 비정규직에게는 5천원만 줬다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손해를 본 5천원의 3배인 1만5천원을 사측이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보상액을 10배로 늘려잡는 등 여당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에 징벌적인 보상제도를 도입한다는 기본 개념에는 여야가 같은 입장이어서 최소 3배 이상 보상안이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법안들은 한 사업장에서 한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별 인정을 받은 경우 같은 조건에 있는 다른 근로자도 차별적 처우가 개선되도록 시정 명령의 효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담고 있다.
사내 하도급 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하고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업무 연속성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고용 및 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또한 함께 추진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격차 해소 방안은 근로시간 단축이나 통상 임금 등 현안과 맞물려 노사정 차원에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만큼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