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하버드생이야"…하버드대 흑인학생들의 분노

"흑인이 읽을 줄이나 알아" 비아냥거림에 흑인학생들 집단 저항

"나도 엄연하게 시험을 보고 합격한 당당한 하버드대학 학생이야."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미국 하버드대학에 다니면서 "흑인이 읽을 줄이나 알아"라는 비아냥거림 등에 시달린 흑인 학생들이 학내 '인종 차별·편견'에 항의하는 사진을 집단적으로 올렸다.

4일(현지시간) 온라인 뉴스 커뮤니티 '버즈피드'는 하버드 흑인학생 63명이 대학생활 중 당했던 인종 차별 사례를 푯말에 적어 소셜미디어인 텀블러에 사진으로 올렸다고 보도했다.


'나 역시 하버드생이야'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번 항의운동은 하버드대학 외에 미국의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 가운데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학 등으로 확산할 태세다.

인종차별을 겪었던 학생들이 직접 푯말에 적은 문구는 그간 자신들이 학교 생활에서 당했던 편견과 비아냥거림이 섞인 모욕을 여과없이 담았다.

한 학생은 "나는 엉덩이춤을 어떻게 추는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적었다. 흑인 학생들은 공부는 뒷전으로 미룬 채 엉덩이춤 등 춤추며 놀기를 좋아한다는 다른 인종 학생들의 잘못된 인식을 꼬집은 것이다.

하버드대 2년생인 키미코 마쓰다-로런스는 "흑인이 읽을 줄이나 알아"라는 푯말을 든 사진을 내걸었다.

흔히 '흑인들은 지적능력이 떨어져 하버드대같은 명문학교에는 '소수자 입학 우대 정책'같은 혜택을 통해 입학했을 것이라는 편견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최근 친구와 함께 하버드 교정을 거닐 때 술이 거나하게 취한 것으로 보이는 백인 남학생 두 명이 다가와 "읽을 줄이나 알아"라고 면전에서 소리쳤다고 소개했다.

특히 마쓰다-로런스는 '나 역시 하버드생이야'라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흑인 학생 수십명을 인터뷰해 인종 차별·편견 사례를 모았다. 자신이 겪은 일은 학내에 퍼져 있는 흑인 학생들에 대한 편견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흑인학생은 "나는 색깔로 사람을 보지 않는다. 색깔로 판단하는 것은 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푯말을 든 사진을 내걸었다.

또 다른 학생은 "너는 근본적으로 백인이야. 미안하지만 그런데 뭐가 어때서?"라고 적었고, 한 여학생은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너의 내면은 검지 않을거야"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글을 내걸었다.

한 흑인 여학생은 "네가 쉽게 하버드에 입학한 것은 흑인인 덕분일거야. 행운이지"라는 글을 들었다. 아울러 "나는 하버드 지원서에 흑인 사진만을 붙이고 지원한 것이 아니다", "우리처럼 백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는 내가 알고 있는 흑인 가운데 피부색이 가장 희다" 등등의 글을 담은 사진도 함께 올랐다.

하버드 흑인학생들의 이번 항의시위는 지난 2012년 11월 하버드 교지 '크림슨'에 이 대학의 '소수자 입학 우대 정책'과 관련한 글이 실린 뒤 부터다.

마쓰다-로런스를 비롯한 학생들은 학내에서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운동을 다른 대학과 연계해 오는 7일부터 본격적으로 벌여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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