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는 4일 서울 타임스퀘어에서 방송인 전현무의 사회로 진행된 팬 미팅에서 모처럼 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25일 소치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근황과 향후 계획을 밝혔고, 평소 팬들이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김해진(17, 과천고), 박소연(17, 신목고) 등 후배들과 함께 올림픽 기간 중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김연아는 "어려 보이게 하려고 옷도 상큼하게 입고, 머리도 올렸다"면서 "얘네들 때문에 늙어 보일까 봐 어리게 보이려고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피겨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아는 팬들에게 이날 자신의 대형 사진에 사인을 해주는 등 그동안 성원에도 답하면서 "5월 초 아이스쇼 열심히 훈련해서 좋은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다음은 팬 미팅에서 나온 김연아의 일문일답)
-팬 미팅 소감은.
▲소치에서 온 이후 많은 분들 앞에서 서는 것이 처음이다. 어려 보이게 하려고 옷도 상큼하게 입고 머리도 올렸다. (팬들이 "1살 같다"고 하자) 그건 좀...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그동안 방콕(방에만 콕 박혀 있다는 뜻)도 하고 약속도 있어서 나갔다. 집에서 가까워 이 근처도 좋아한다. 올림픽 선수촌 음식이 질렸고, 체중 조절을 할 필요가 없어서 마음껏 먹었다. 오자마자 처음 먹은 것 집밥이다.
-자유시간이 있어서 하고 싶은 것은.
▲하나 꼽기는 어렵다. 운동할 때는 경기에 대한 압박, 두려움이 있었고, 긴장하면서 하루하루 사는 게 스트레스였다. 그런 거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 뭘 하고 싶은지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은퇴했는데 피겨 훈련 하고 싶은지, 아니면 스케이트 날이 꼴 보기 싫은지.
▲그런(꼴보기 싫어진) 것은 좀 오래된 것 같고(웃음). 할 만큼 해서 아무 미련도 없다. 육체적으로는 더 할 수 있다고 해도 미련 없다.
▲(빵)이제는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 (팬들이 빵에) 왜 집착하시는지 모르겠다. (빵연아 별명 얘기에) 빵 얘기 좀 그만했으면.(크게 웃음)
(자전거) 창피하지만 두 발 자전거는 안 타봤다.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는 어릴 때 탔는데 운동하고 나서는 몸 쓰는 거, 다른 운동을 잘 안 했다.
(헤드셋) 잘 안 쓰고요. 음악은 특별히 힘들거나 그럴 때보다 이동할 때 항상 듣고 있고, 일상인 것 같다. 우리나라 음악, 가요, K팝을 많이 듣는다. 소치 다녀와서 최신곡 많이 나왔던데 아직 안 들어봤다.
(여행) 아직 가진 않았지만 힐링에 도움이 되겠죠? 마지막 여행은 최근은 아니고 밴쿠버올림픽 끝나고 몇 달 후에 캐나다 전지훈련을 갔는데 토론토 가까이 있는 여행지에 갔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긴 했다. 앞으로도 해외가 편하긴 할 것 같다.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피겨에 관심이 있는 사람 빼고 못 알아볼 거에요. 어디든 가도 행복할 거 같다. 멀리도 좋고 가까이도 좋고 어디든 가면 좋겠다.
(독서에 커피 한 잔) 힐링에 도움 되는지 확인 아직 안 해봤다. 별로 친하지가 않아서 이제 정말 책 좀 읽어봐야 겠다.
(팬들)당연히 어릴 때부터 언론에도 많이 나오고 경기도 나와서 보신 팬들도 있는데 변함없이 지지해주는 팬이기 때문에 정말 감사한다. 덕분에 힘을 얻고 지금까지 왔다.
(다른 경기 관람) 내 경기 아니면 어느 경기든 부담없이 본다. 올림픽 기간 피겨도, 쇼트트랙도 봤다. 아무래도 시합 전이니까 마음이 확 편하진 않았다. 경기 모습도 상상했고, 이제는 부담 없으니까 편하게 볼 수 있겠죠. 다른 선수들의 실수는 당연히 보인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갈라쇼는 안 봤다.
-눈 화장 예쁜데.
▲특별한 방법은 없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한다. 경기 때는 진하게 한다. 무대 화장 비슷하게 하니까 특별한 방법은 없다. 예쁘게 보여야죠.
-척추 왼쪽 10도 치우쳤다고 하던데.
▲그런 기사가 났더라고요. (기사가) 거의 장애인 수준으로 몸을 비정상으로 만들었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일반 사람들도 다 똑바르진 않기 때문에 저도 그 중에 하나다. 운동 선수마다 종목 특성 상 척추나 몸이 비뚤어진다. 그게 영향을 주진 않는다. 걱정할 수준 아니다.
▲만족스럽던 경기는 하나 꼽기는 어려울 것 같고, 가장 잘했던 게 아무래도 만족스럽다. 시니어 하면서 클린 연기를 한 적이 3번인데 소치와 밴쿠버올림픽,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대회였다. 가장 만족한다. 실수한 적도 많았는데 아쉽긴 하지만 크게 마음에 담아두진 않았다. 끝나면 끝이다.
10년 후의 모습은.
▲지금 생각도 그렇고 피겨라는 게 가장 장점이고 자신있는 분야기 때문에 지도자 하든 뭘 하든 놓지는 않고 있을 것이다. 그것 빼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결혼은?) 구체적 생각 없지만 35살에 결혼 안 하면 너무 늦지 않나요? (전현무가 "난 38"이라고 하자)죄송해요.(웃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소치 출전해서 선수위원 자격은 갖췄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은 더 해야 할 것 같고, 100% 보장도 없고 하니까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다.
-여행가는 어떤가.
▲ 경기 다니면서 여러 나라 다녔는데 파리를 가장 여행 삼아 가보고 싶다. 가보긴 했는데 경기 때문에 가니까 호텔, 링크만 다녔다. 조금 볼 시간 있어 돌아보긴 했는데 시간 없어서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무가 생각은.
▲예전에는 생각 들었는데 스케이트 안무가는 잘 하는 것과 창작은 다른 것 같다. 데이비드 윌슨 안무가 보면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자신이 없더라고요.
-국제심판 꿈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 들었는데 지금은 별로다. 얘기도 많아지고 논란이 있다 보니 나도 그중에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에 별로...
-후배들의 상담가는 어떤가.
▲상담하는 사람 아니어도 배운 것들 후배들에게 알려주려 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어서 할 수 있는 한 계속 하고 싶다.
▲어이는 없었는데 정말 지금까지도 (팬들이) 너무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안타깝고 속상하다 하시는데 아무 생각 없었고 그때는 끝났다는 생각에 날아갈 듯 좋았다. 지금도 결과에 대해 되새김질해본 적 없다. 대인배가 아니라 경기 전에도 금메달 꼭 따지 않아도 된다는 간절함이 없었다. 그래도 인간인데 아쉽지 않을까 했는데 끝나고 나니 금메달 생각이 없었구나 싶었다.
-경기 후 눈물 흘렸는데.
▲쇼트프로그램 끝나고도 방에 들어가 쉬고 잘 준비하는데 울컥 하더라고요. 은퇴할 시간이 왔다는 게 믿기지 않고 프리스케이팅 끝나고도 '금메달 따고도 펑펑 울었을 거다' 했듯이 참아온 것, 힘든 것 한꺼번에 터진 것 같다. 분위기상 자꾸 그쪽(억울함)으로 몰아가는데 그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