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면 집을 나와 독립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미국의 전통 가족문화가 법의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뉴저지주의 모리스 가톨릭 고교에 다니는 레이철 캐닝은 지난해 10월 부모와 떨어져 남자 친구 집에 살고 있다.
치어리더와 라크로스 선수로 활동하는 레이철은 학업 성적도 좋아 졸업을 두 달 앞둔 현재 4개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우등생인 그가 집을 나온 것은 경찰 서장으로 은퇴한 아버지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다.
부모가 가족생활의 준칙이라며 딸에게 요구한 것은 "부모에게 예의를 갖춰라", "늦게 귀가하지 마라", "여동생을 괴롭히지 마라", "나쁜 남자 친구와 그만 만나라"였다.
레이철은 사사건건 부모와 충돌했고, 부모 허락 없이도 뭐든지 할 수 있는 18세 성인이 되자 독립을 선택했다.
딸이 집을 나가자 부모는 학비 지원을 끊어버렸다. 레이철은 남자친구 부모의 도움으로 '생계'를 꾸렸지만 대학 입학 시기가 다가오자 자립에 한계를 느꼈고,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 부모를 상대로 대학 등록금 납부와 체무 변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레이철이 부모에게 갚으라는 빚은 고교 등록금 5천300달러와 남자친구 부모가 대신 내준 변호사 선임 비용 1만2천달러다.
레이철은 "부모에게 아직도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자식을 집 밖으로 쫓아냈어도 부모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태도이다.
이에 대해 레이철의 아버지인 션 캐닝은 "딸은 제 발로 집을 나갔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저지 주정부는 지난해 말 레이철로부터 가정학대 피해 신고를 받고 그의 부모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으나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첫 심리가 예정된 가운데 법조계 일부에서는 레이철의 승소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유명한 가정법률 전문 변호사인 윌리엄 로퍼는 난생처음 접하는 사건이라면서도 "자식이 부모와 떨어져 산다고 해도 그것이 양육 책임을 덜어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