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경찰, 대학 내 상주…무바라크 시대로 회귀?

"정부의 학생·교수 통제 목적" vs "대학 질서 위해 경찰 필요" 논란

이집트 법원이 경찰의 대학 내 상주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주간 알아흐람 위클리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카이로 법원은 지난주 폭동 진압 등을 위해 대학 캠퍼스에 내무부 소속 경찰관의 상주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자 일부 학생과 교수들이 반발하고 있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경찰은 대학 캠퍼스 내 항시 배치가 가능하고 정문에서 모든 사람의 출입을 감시할 수 있게 됐다. 또 장갑차와 시위 진압용 장비도 대학 내부에 머물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카이로에 있는 알아즈하르대와 카이로대, 아인샴스대를 포함해 전국의 각 대학교를 중심으로 지난해 9월부터 군부 반대 시위가 지속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집트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부는 이들 학생이 지난해 7월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 추종자들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이집트 교수는 유감을 표시하고 "대학생과 교수들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데다 캠퍼스의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흐리아 헤가지 대학교수는 "교수들이 몇 년간 시위를 벌인 끝에 캠퍼스에서 경찰들을 몰아냈는데 이제 우리는 다시 광장으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학생들을 잔인하게 탄압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 때 일어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집트 정부는 1981년 내무부 산하 소속 경찰관을 대학에 상주시키는 정책을 펼치다 교수와 학생들의 지속적인 반대 운동으로 30년 뒤인 2010년 법원 판결에 따라 경찰의 대학 내 상주가 금지됐다.

그러나 무르시 정권이 군부에 축출되고 나서 또다시 대학가에서 군부 반대 시위가 벌어지자 사실상 이를 뒤집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헤가지 교수는 "정부가 캠퍼스에 경찰을 다시 배치함으로써 학생과 교수들을 통제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 판결이 "사법권의 재량을 넘어선 불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알아흐람 위클리는 전했다.

카이로대의 전 예술학부 아흐메드 자예드 부학장은 "대학 내 질서를 유지하려면 경찰 상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집트 과도정부는 대학생들의 반군부 시위를 막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대통령은 각 대학 총장에게 시위 학생들을 퇴학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했다.

만수르 대통령은 "대학의 교육 기능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거나 학교 시설을 파괴하고 수업, 시험을 방해하는 학생들, 폭력을 조장하는 학생들은 퇴학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카이로법원은 긴급 사안이 발생할 경우 대학 캠퍼스 안에서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 사퇴한 하젬 엘바블라위 전 총리는 "시위대 통제가 어려울 때 경찰은 행동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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