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 '의족 스프린터' 정식재판 열려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불렸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에 대한 살인죄 재판이 사건발생 1년여 만인 3일(현지시간)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 법원에서 열렸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날 오전 10시께 진한 회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법정에 도착했다. 피스토리우스는 피고인석에 앉자마자 물을 마시는 등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프리토리아 법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들과 관계자 등으로 크게 붐볐다.

남아공 민영 ANN7 방송은 '세기의 재판'이란 제목으로 법원 앞에서 생방송을 하는 등 현지 방송과 CNN 등 주요 방송들이 새벽부터 법원 앞 곳곳에서 생방송 경쟁을 벌이느라 법원 앞 도로가 북새통을 이뤘다.

현지 언론은 피스토리우스 재판 취재를 위해 세계 각국의 300여 매체가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프리토리아 법원은 지난달 25일 방송사들이 신청한 재판 방영과 관련해 음성으로는 전 재판 과정을, TV로는 일부 과정을 방송사들이 중계방송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TV의 경우 재판 시작과 종결 부분, 그리고 전문가의 증언 등을 방송할 수 있도록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밸런타인데이인 지난해 2월14일 프리토리아 자택에서 유명 모델인 여자친구 리바 스틴캄프(29)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현장에서 체포되었으나 같은 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피스토리우스는 그러나 자택에 침입자가 든 것으로 오인해 총격을 가한 것이라며 고의적인 살해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프리토리아에 거주하는 서광옥 변호사(45)는 "형사소송법 부칙 5조의 경우 과실치사죄에 해당되지만 6조는 계획적 살인 등 중범죄에 해당해 이 부분에 대한 다툼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며 "재판은 절차상 문제 제기 등으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다리의 종아리뼈가 없는 기형으로 태어난 피스토리우스는 생후 11개월에 무릎 아래 다리 절단수술을 받은 뒤 탄소섬유 재질의 보철을 양다리에 끼우고 달려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피스토리우스는 2012년 제14회 런던 장애인올림픽대회 육상 남자 400m 계주 금메달과 200m T44(절단 및 기타 장애) 은메달을 따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절단 장애 육상 선수로는 최초로 2011 대구세계육상과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400m와 1600m 계주에서 일반 선수와 기량을 겨루었다.

재판에서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최소 25년 이상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피스토리우스 재판은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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