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여자 계주 3000m 금메달에 힘을 보탠 공상정(18, 유봉여고) 역시 단체전 상금인 2250만 원을 수령했다. 공상정은 결승에는 뛰지 못했지만 준결승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김아랑(전주제일고)을 대신해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이어 선수들은 포상금을 받은 뒤 간략하게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 이상화, 심석희(세화여고) 등 선수들에 이어 공상정의 순서. 장내는 웃음이 번졌다. 공상정의 소감이 앞선 선수들과는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포상금에 감사한다"거나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고맙다"고 했지만 공상정은 "돈을 주셔서 감사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쓴 것. 옆에 앉은 김연아 등 선수들은 물론 좌중이 웃음바다가 됐다.
이에 간단한 인터뷰가 끝난 뒤 공상정은 부끄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잘못 얘기를 했는데 어쩌죠?"라면서 "그 멘트는 쓰지 말아 달라"고 취재진에 부탁했다. "돈을 돈이라고 말한 게 뭐가 잘못됐느냐?"는 말을 듣고도 공상정은 "평소에는 말을 잘 하는데 카메라만 앞에 있으면 떨린다"며 자못 울상을 지었다.
사실 공상정은 소치올림픽에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인터뷰 경험은 거의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다. 귀여운 외모와 귀화한 대만 출신 화교 3세라는 사연 때문에 '빙상돌'이라는 별명을 얻은 공상정은 소치 현지 인터뷰 때도 "실력이 아닌 외모로 주목받아 부끄럽다"며 몸을 사렸다.
하지만 본인의 말대로 평상 시에는 말을 잘 하는 편이다. 이날도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수다가 적잖았다. 공상정은 "소치올림픽 기간에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 활발하게 인사도 많이 한 게 좋았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역시 빙속 남자 장거리 최강 스벤 크라머(네덜란드). 소치 현지에서 함께 다정하게 사진을 찍기도 했다. "크라머는 정말 최고로 멋있있다"고 얘기하며 부끄럽게 웃을 때는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
공상정은 "크라머가 4년 뒤 평창올림픽을 준비한다고 하니 나도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 만나야 겠다"고 깜찍하게 이를 앙다물었다. 이어 "이제부터라도 인터뷰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라"는 취재진의 말에 야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상정은 올림픽이 끝났어도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로 태릉에서 동료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과연 쇼트트랙 여자 단거리 유망주 공상정이 인터뷰 달변가로 변신, 크라머와 꿈같은 해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