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칼자루 쥔 푸틴 대통령의 선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BBC 방송화면 캡쳐)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자 러시아는 크림반도로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킨 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는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자력으로 러시아 군대를 크림반도에서 몰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러시아 정규군은 84만 5천명에 이르지만 우크라이나 정규군은 1/6도 안되는 12만 9,900명에 그친다.

크림반도에 주둔하는 자국 병력 숫자도 러시아 병력보다 적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크림자치공화국에는 3,500명으로 구성된 1개 우크라이나 여단만이 주둔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이미 6천여명을 크림반도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두 나라간 협정에 의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흑해함대 군기지에는 최대 2만5천명의 러시아 군이 2042년까지 주둔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침해해 명백히 국제법을 위반한 러시사의 크림반도 파병에 대해 서방 각국은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지난 1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90분간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군을 파견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다. 러시아의 정치적·경제적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생명과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이 존재하며, 러시아는 크림 반도 내 러시아의 이익과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응수했다.


서방이 한 목소리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칼자루를 러시아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의 제1보고로 만약 미국과 동맹국들이 제재를 가하면 러시아는 천연가스 수출 경로를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6년 가스 가격 분쟁으로 2차례 가스 공급을 중단해 서방을 압박한 전례가 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지난해 EU(유럽연합)가 수입한 가스의 약 30%를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공급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사용하는 가스의 절반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해 3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채권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야누코비치 정권에 약속했던 150억 달러 원조 계획에 대해서는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렇다고 푸틴이 당장 우크라이나에 군사공격을 감행할 것 같지는 않다.

우크라이나 내 친러 진영에 힘을 실어줘 결속을 다지면서, 새 정부와 서방으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려 할 공산이 크다고 군사, 외교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FT는 “당장 러시아의 개입이 유혈 갈등으로 이어지진 않으나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갈등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바라만 보는 형국이다.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저지할 만한 수단들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서방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서방은 다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이끄는 진상조사기구 및 연락기구를 설치하자는 독일측의 제안을 수용한데 대해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독일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2일 메르켈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OSCE가 주도하는 진상조사기구와 연락기구를 즉각 설치해 정치적 대화를 시작하자는 메르켈 총리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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