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가로 먼저 명성을 날려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을 받은 그는 비디오 아트를 연상시키는 롱테이크(길게 찍기)와 단출하지만 깊이 있는 미장센(화면구성)으로 데뷔부터 주목을 끌었다.
"전에 볼 수 없는 이미지 혹은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미지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소설이나 르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밝힌 맥퀸은 촉망받는 미술작가에서 2008년 영화로 눈을 돌렸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문제를 다룬 첫 장편영화 '헝거'는 1981년 메이즈 교도소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다 사망한 IRA 소속 보비 샌즈의 실제 옥중 투쟁을 소재로 했다.
맥퀸은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았고,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디스커버리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두 번째 작품 '셰임'(Shame)에서는 거대 서사보다는 개인에 천착했다.
"광고를 포함해 섹슈얼한 콘텐츠가 우리의 일상에 커다란 영향을 발휘한다"고 밝히기도 한 그는 섹스 중독자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수치심을 파고들었다.
번지르르한 외피에 둘러싸인 일상의 가운데에서 그 수치심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이 작품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마이클 패스벤더)을 받았다.
세계 3대 국제영화제 가운데 칸과 베니스에서 상을 받은 그는 세 번째 작품에서 미국의 노예제를 정조준했다.
그의 영화에 탄복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제작했고, 직접 출연까지 했다.
솔로몬 노섭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노예 12년'은 그가 만들었던 영화 중 가장 커다란 서사를 이루는 작품이다.
그러나 세밀히 들여다보면 이 영화도 노예제라는 거대 서사를 한 개인의 문제로 풀어낸다.
영화는 별다른 꾸밈음 없이 정직한 화법으로 인간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맥퀸 감독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후 소감에서 "모든 사람은 생존이 아니라 온전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노예 12년'의 대사를 소개하면서 "그것이 바로 솔로몬 노섭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예제도 탓에 고통받아온 사람들과 오늘날에도 여전히 노예 상태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