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2일 인천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NH농협 2013-2014 V리그' 원정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남은 2경기에 관계 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지었다. 지난 시즌 첫 우승에 이어 2년 연속 여자부를 평정했다.
당초 기업은행은 주포 알레시아의 유럽 리그행과 수비형 레프트 윤혜숙의 흥국생명 이적으로 전력 공백이 우려됐다. 여기에 시즌 전 외국인 선수 레나가 임신으로 데뷔도 하지 못한 채 짐을 싸야 했던 우여곡절도 있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보란 듯이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배구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위기 때 거포 알레시아에 의존했던 팀 컬러가 분산되는 배구로 변했다는 것이다. 알레시아는 지난 시즌 팀 공격의 43.5%를 책임졌다.
그러나 올 시즌 카리나는 37.3%를 담당했다. 대신 김희진이 17.4%에서 21.6%로, 박정아가 21.7%에서 24.7%로 공격 분담이 늘었다. 전체적인 공격 밸런스가 균형을 이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터 이효희의 역할이 크게 늘었다. 이른바 몰빵 배구에서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속공과 퀵 오픈 등으로 김희진, 박정아 등을 살리며 팀에 짜임새를 가져왔다.
이효희는 34살 베테랑임에도 세트 3위(세트 당 10.30개)에 올라 있다. 이 감독은 "세트 등의 단순한 기록을 떠나 이효희가 자기 배구를 하게 됐다"고 칭찬했다. 팀 내 MVP로 꼽히는 이유다.
여기에 달라진 환경과 전력 누수에도 팀을 이끈 이 감독의 지도력도 빼놓을 수 없다. 전날 우승 확정 이후 뒤풀이에도 이 감독은 3일 오전부터 전날 경기 비디오를 분석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지금처럼만 가면 괜찮지만 수비가 흔들려 토스가 불안해지면 팀 플레이가 살아날 수 없다"면서 "남은 시즌도 경기 감각을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과연 기업은행이 2년 연속 정규리그에 이어 포스트시즌까지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