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이랑 점자블록이 구분이 안되니 앞으로 갈 수가 없어요. 지팡이의 감촉으로 점자블록을 인식하는데, 자꾸만 걸리는 느낌이에요 "
지난해 12월 문을 연 해운대역 광장에 발을 디딘 시각장애 1급 이상훈 팀장(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지팡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주춤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비슷한 입체면을 가진 보도블록과 뒤섞여 지팡이 끝의 감촉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역사 입구에 도착하고 나서도 이 팀장은 또다시 당황한 얼굴을 한다.
역사 내부 지리를 설명하는 안내판에 현재위치를 알려주는 점자 돌기가 빠져 있어 출입구로 들어서기까지 한참을 헤맨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건물 안에 들어서기 전 안내지도를 머리에 그리는데, 현재 자신의 위치를 바로 찾을 수가 없으니 불편함이 있죠"
길잡이와도 같은 점자블록을 따라가던 이 팀장을 또 한번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길게 줄을 선 시민들.
점자블록이 매표소 바로 앞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 하고, 이후 창구를 나누는 경계봉이 점자블록을 가로질러 진로를 막아 버린다.
봉 아래로 허리를 숙여 기어가듯 점자블록을 다시 더듬어가면 무인발권기와 마주치게 되지만, 정작 음성안내나 화면 확대 기능이 없어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용지물이다.
"이럴 거면 왜 무인발권기로 유도를 했는지 모르겠어요. 실제 점자블록을 따라가는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고, 보여주기식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에요"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점자블록만 믿고 따라가는 것인데, 갑자기 길이 끊기는 느낌입니다. 속도가 붙은 상황이라면 사고의 위험도 있습니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 관계자는 "점자블록은 현재 설치되어 있지 않은 무인발권기의 예상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며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발권기를 설치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문을 연지 불과 석 달도 되지 않은 신설역사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미로와도 같은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