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이 통상 최소 몇개월이 걸리는 국적 부여 절차를 줄여 이처럼 신속하게 여권을 발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은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베르쿠트 대원 9명에게 처음으로 러시아 여권을 발급했다고 밝혔다.
총영사관 공보관 예브게니야 카플루넨코는 "러시아 여권을 받겠다는 베르쿠트 대원들의 전화 문의와 이메일 신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일요일인 2일에도 여권 발급 업무를 계속한다"고 밝혔다.
크림 외에 다른 지역에 근무했던 상당수 베르쿠트 대원들도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고 베르쿠트 크림 지대가 밝혔다. 크림 지대 소령 빅토르 데니센코는 "국가가 우리를 배신하고 범죄인 취급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겐 러시아로 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모스크바 경찰청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우크라이나 베르쿠트 대원들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창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모스크바로 이주할 경우 관사가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내무부는 지역 경찰청들도 베르쿠트 대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베르쿠트는 대(對)테러작전, 소요진압 등을 목적으로 1992년 창설된 우크라이나 내무부 산하 경찰 특수부대로 약 4천명 정도의 부대원을 거느려왔다. 한국의 경찰특공대와 유사한 조직이다. 명칭은 독수리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크고 사납기로 유명한 '검독수리'(Golden Eagle)를 뜻하는 러시아어에서 따왔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우크라이나 야권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 반대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 무력 진압의 선봉에 서면서 시위 참가자들과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사 해체 여론이 고조돼 왔다.
지난달 26일 새로 권력을 장악한 키예프 중앙정부의 내무장관 대행 아르센 아바코프는 야권 시위대 무력 진압에 앞장선 베르쿠트 해산을 명령했다.
아바코프는 그러면서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베르쿠트 대원들이 한 활동을 조사해 평화적 시위대 해산에 참여한 대원들은 처벌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원들은 새로운 심사를 거쳐 경찰로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아바코프 대행의 발표에 반발해 일부 베르쿠트 대원들은 총을 들고 부대를 이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