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속수무책이었다. 김선형은 빨랐고 강했다. 김종규는 독기를 품었다. "시합이 끝나기 전에 한번은 막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마치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대사같다.
결국 뜻을 이뤘다. 한때 17점차로 앞서가던 LG가 83-78로 쫓긴 4쿼터 종료 1분10초 전, 김종규는 골밑으로 파고들어 레이업을 시도하는 김선형을 막아냈다. 파리채가 파리를 쫓아내듯이 블록슛으로 슛을 저지했다.
김종규는 "그때가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오늘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종규의 말처럼 이날 승패를 결정한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종규는 "감독님께서 선형이 형이 수비를 부수고 들어올 때 내가 뒷선에서 막아줘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초반에는 많이 놓쳤다. 도우면서 했어야 했는데 외곽슛이 좋은 (김)민수 형을 신경쓰다 보니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시합 끝나기 전에 한번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규는 "타이밍이 좋았다. 선형이 형이 내가 좋아하는 스텝으로 들어와서 기회가 왔다"며 웃었다.
LG는 SK를 87-80으로 제압하고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희망을 이어갔다. 김종규는 16점 5리바운드 3블록슛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김진 감독도 "오늘 상당히 잘했다"며 칭찬했다.
김종규는 "오늘 지면 우승할 수도 없고 3위로 내려갈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다음 목표를 잡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기분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남은 경기는 2경기. 우승을 위해 집중하다 보면 신인왕의 영예도 따라올 것이라는 게 김종규의 자세다. 그는 "당연히 신인왕 욕심은 있다. 처음 팀에 왔을 때 세웠던 목표를 이룬다면 그리고 그 중심에 내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