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공천' 일주일 뜸 들인 김한길의 선택은?

어떤 결론 내리든 이미 때 놓쳤다는 지적도 있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7일 국회 예결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윤창원기자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늦어도 이번주 초까지는 가타부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은 과연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할 것인가, 아니면 유지할 것인가.

당초 민주당은 이번 6ㆍ4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달 23일 기자들과 만나 “기초의회와 단체장 모두 공천을 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며 “이번 주 중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절차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야권의 유력 경쟁자인 새정치연합 측이 하루 만인 24일 ‘무(無)공천’ 선언을 하면서 판이 흔들렸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공천 유지 방침을 밝히고, 민주당 역시 공천 폐지 당론에서 입장을 선회할 것으로 알려지자 ‘새정치’ 명분을 내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발등에 급한 불이 떨어진 민주당 측은 “안철수는 안철수의 길이 있고, 저희는 저희의 길이 있다”면서 “이번 달 내에는 논쟁을 끝낼 것”이라고 대응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오늘 민주당도 기초선거에서 공천을 할 수밖에 없다고…”까지 말한 뒤 잠시 숨을 골랐다. 당 관계자와 기자들은 술렁였다.

하지만 이어진 말은 “말하지 않겠다”였다. 김 대표는 입장 표명을 보류한 채 “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늦어도 2월이 가기 전에 밝혀주기 바란다. 아니라면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이유를 소상히 설명하고 용서를 구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기류 변화가 뚜렷해진 건 지난달 28일. 김 대표는 작심한 듯 박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했다. 기초연금과 기초선거 공천 관련 공약 폐기를 지적한 김 대표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까지 거론하며 “(박 대통령이) 거짓 공약으로 국민을 속이고 청와대를 점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특히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처럼 거짓 약속으로 국민을 속이는 정치는 참 나쁜 정치”라며 “거짓말 정치를 민주당이 반드시 바로잡겠다. 민주당이 마땅히 해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김 대표의 최종 결심이 무(無)공천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만 공천을 안 할 수 없다’는 현실론에 무게가 실린다. 여당의 협조 없이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수 없고, ‘민주당 간판’이 필요한 예비 후보자들을 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 당에서 내쫓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더구나 고민이 길어지면서 어떤 결론을 내리든 때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언론들은 김 대표의 장고(長考)를 두고 ‘장고 끝에 악수 둔다’, ‘소심남’ 등의 표현을 썼다.

일주일이나 더 뜸을 들이고도 공천을 유지한다면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공천을 폐지할 경우에도 이미 안 의원 측이 ‘새정치’ 구호를 선점한 터라 선거에서의 위험을 감수한 만큼의 정치적 효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 대표는 1일 이례적으로 3ㆍ1절 기념식에도 불참한 채 고민을 이어갔다. 2일도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어느 쪽이든 더 시간을 끌 수는 없다”며 “김 대표가 주말에 숙고해 어떤 식으로든 최선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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