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산이세요? 아니면 추가요금!"…산모들 '분통'

막무가내 추가요금에 산모도우미 의미 퇴색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김포에 사는 윤 모(남 46) 씨는 지난 17일 주변의 축복 속에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정부 지원 산모도우미 제도가 있다는 걸 전해 들은 윤 씨는 지역 보건소에 등록된 산모도우미 파견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50% 이하 출산 가정에 정보보조금이 투입돼 15만 원 정도면 2주간 신생아 젖 먹이기와 목욕, 산모의 영양관리 등 출산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업체에서는 대뜸 "첫째와 둘째 아이가 있느냐"고 물었고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 씨는 "두 아이 모두 어린이집에 가기 때문에 산모와 신생아만 돌봐주시면 된다"고 얘기했지만 "추가 요금을 내지 않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윤 씨는 지역 보건소에 항의했지만 보건소 측은 "왜 그러셨냐? 잘 조율해보시지 그랬냐"며 오히려 협상을 유도했다.

저소득층 출산 가정에 정부가 일정 금액을 보조해주는 '산모신생아도우미' 제도가 정교하지 못한 정책시행과 일부 업체들의 이윤추구로 일선에서 혼란을 빚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작 정책당국인 보건복지부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현장점검 등 적절한 조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일부 산모도우미 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산모도우미 업체들 "첫째, 둘째 아이도 비용 내라"

지난해 기준 보건복지부와 지역 보건소에 등록된 산모도우미 업체는 약 270개. 이 가운데 대부분 업체가 신생아를 제외한 첫째와 둘째 아이 돌봄을 이유로 한 아이당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7만원까지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CBS노컷뉴스가 전국에 있는 산모신생아도우미 업체를 접촉했더니 대부분의 업체들이 추가 요금을 내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A 업체는 "신생아 외에 첫째나 둘째 아이가 있으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며 "어느 업체든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B 업체도 신생아 서비스 문의에 "초산이냐?"를 먼저 물은 뒤 "큰 아이들 추가요금이 발생한다"고 못 박았다. B 업체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을 경우 기본은 15만 원이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한 아이당 5만 2,000원씩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을 경우 추가 비용은 아이당 7만 2,000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은 부산도 마찬가지. 부산에 있는 C 업체는 "셋째일 경우 위에 형, 누나 한 사람당 3만 원씩의 추가 비용이 있다"며 "어린이집에 가는 것과 상관없이 추가 가사노동이 발생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일괄적으로 큰 아이에 대한 추가비용을 요구했지만, 지역이나 업체별로 가격은 제각각이었고 첫째와 둘째 등이 어린이집에 다녀도 무조건 추가요금을 부과했다.

신생아를 제외한 아이들에게 추가요금을 부과하고 또 요금까지 천차만별이자 일부 산모들은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어느 업체 추가비용이 싸다", "모 업체는 추가비용을 받지 않는다" 등의 정보공유까지 나서는 지경이다.

◈ 보건복지부 "행정 인력 미치지 못해… 현장 점검 강화하겠다"

복지부가 운영 중인 '복지로'(http://online.bokjiro.go.kr) 사이트는 "산모ㆍ신생아 도우미 교육을 이수한 전문 산후관리사가 산모와 신생아가 아닌 가족의 빨래, 대청소, 김치 담그기, 손님접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추가 구매를 통해 이용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신생아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에 대한 추가비용 여부와 적정 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지역 보건소에 등록된 '산모도우미' 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막무가내로 추가비용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앞서 윤 씨 사례처럼 신생아의 위 형제들이 모두 어린이집을 다녀 사실상 산모도우미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없는데도 위로 형제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리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서비스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사업과 관계자는 "산모신생아도우미 서비스가 사업과 복지라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보니 해당 업체와 산모들이 개인 대 개인으로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그런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행정력이 미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인력 한계 때문에 일일이 점검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무분별하게 일괄적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 방안이 있는지 올해 현장 점검부터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추가 비용 요구에 서비스 이용을 포기했다는 윤 씨는 "처음 해당 업체에 문의할 때는 복지부와 지역 보건소에 등록된 업체라 많이 믿었다"며 "담당 공무원들이 사설 업체들에 (추가 비용과 관련해) 원칙을 잡아주고 이를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윤 씨는 "해당 업체 사장이 국가 지원까지 받으며 공짜로 많은 걸 이용하려는 사람 취급을 했다"며 "도저히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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