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라다(의회)는 27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과도 내각을 승인할 예정이다. 야권은 또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대해 국제수배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총리 후보 "과도 내각 운명은 카미가제" =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야권은 26일 저녁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 집회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를 이끌어온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대표 아르세니 야체뉵을 총리 후보로 하는 과도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각료 대부분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계속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주요 야당 출신들이다.
야체뉵 총리 후보는 변호사 출신으로 야누코비치에 앞선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 정권에서 경제장관과 외교장관, 의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은 정치인이다. 2010년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해 7%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했고 이듬해에는 율리야 티모셴코 전(前) 총리가 수감되자 조국당 대표 자리를 이어받았다. EU와 미국 등 서방도 그에게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총리 후보엔 역시 바티키프쉬나당 부대표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외무장관을 지낸 보리스 타라슉이 지명됐다.
국가 안보·국방위원회 서기(위원장) 후보에는 바티키프쉬나당 의원으로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 통제 사령관을 지낸 안드레이 파루비, 외무장관 후보엔 핀란드 대사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특사를 지낸 안드레이 데쉬차, 법무장관 후보엔 바티키프쉬나당 부대표 파벨 페트렌코 등이 올랐다.
이어 재무장관 후보엔 2001~2002년 경제장관을 지낸 알렉산드르 슐라팍, 경제장관 후보엔 키예프경제대학(KSE) 총장 파벨 셰레멧, 농업무 장관 후보엔 극우민족주의 성향 '스보보다'(자유당) 소속 의원 알렉산드르 미르니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야누코비치 세력에 납치됐다가 고문을 받고 풀려난 야권 지도자 드미트리 불라토프는 체육·청소년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야체뉵 총리 후보는 이날 독립광장에서 바티키프쉬나당 공보실을 통해 대신 발표한 성명에서 "과도 내각 구성원들의 운명은 정치적 '가미카제'(자살특공대)나 마찬가지"라며 입각한 각료들이 위기 해결 과정에서 대중적 지지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고는 비어있고 채무가 750억 달러에 달하며, 국가 대외 채무는 1천300억 달러에 이른다"며 "이미 한달 이상 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외환보유 금고는 약탈당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과도 내각의 제1의 과제가 국가를 유지하고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야누코비치에 국제 수배령 = 검찰총장 대행 올렉 마흐니츠키는 이날 실각 후 도피중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에 대해 국제수배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마흐츠키는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히면서 "야누코비치 문제를 별도 수사팀이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야누코비치와 함께 전 내무장관 비탈리 자하르첸코에 대해서도 국제수배령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야누코비치와 자하르첸코는 야권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 무력 진압을 지시함으로써 대량 학살을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의회는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전직 고위 공직자들을 반(反)인륜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행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일부 언론은 야누코비치가 이미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러시아로 입국했다고 보도했으나 양국 당국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미하일 마르겔로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자국 뉴스전문 TV 채널 '러시아 투데이'(RT)와의 인터뷰에서 "야누코비치가 러시아 내에 머물고 있지 않으며 러시아는 그에게 정치 망명을 제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훼손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