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남 해군사관학교 거북선 앞에서 힘차게 경례하는 해사 68기 장세은(24), 문지수(23), 장지원(24) 여생도 세 명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날 해사에서 영예의 졸업을 한 세 사람의 공통점은 남성들도 힘겨워하는 '귀신 잡는 해병대'를 당당히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번 기수 졸업생 가운데 여생도는 모두 10명이다.
2011년 65기 여생도 13명 중 1명, 2012년 20명 중 3명, 지난해 11명 중 2명 등 최근 4년간은 물론 역대로 따져도 전체 여생도 가운데 해병대 지원율이 가장 높다.
장세은 생도는 해병대 실습에서 계급을 막론하고 모두 한마음으로 뜨거운 전우애를 발휘하는 모습에서 '바로 이 길'이라고 마음먹었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장 생도는 솔선수범하고 온 힘을 다한다면 남성보다 체력, 지도력, 지식 면에서 오히려 더 강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을 강조하는 문지수 생도는 힘겨운 훈련 과정에서 인간적이고 정열적인 해병대에 끌렸고 그 길을 향해 기꺼이 동참하기로 마음먹었다.
문 생도는 "남자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겠지만, 더 끈기있게 오래 할 수는 있다"고 야무진 각오를 밝혔다.
그는 "공중과 지상, 해상 등 모든 면에서 조국이 필요한 해병대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장지원 생도는 나라를 지키는 데 남녀가 따로 없고 해병대가 그 길로 안내할 것이라며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장 생도는 "과거와 달리 현대전은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며 "스마트하고 섬세한 작전계획을 세워 지휘하는 여성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 생도의 강한 체력과 정신력 때문에 동기 사이에선 이미 '독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 여군이 해병대에서 탄생했다는 점에도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이들은 해병대가 해군과 함께 앞으로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차별화되고 강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해사 조영상 정훈공보실장은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말처럼 쉽지 않은 길에 당당히 나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격려했다.
세 사람은 3월 초 합동 임관식에 참석하고 초등 군사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해병대 일선 부대에 배치돼 조국 해양 수호에 앞장선다.
이날 해사 졸업식에서는 모두 139명의 생도가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졸업식에서는 부자·남매 군인 등 4쌍이 탄생하기도 했다.
또 카자흐스탄·베트남 수탁생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각고 끝에 졸업장을 안았다.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졸업생도들에게 "창조적인 도전정신으로 우리 군의 변화와 혁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졸업식이 거행된 해사 앞바다에는 꿈의 이지스함인 율곡 이이함, 최정예 잠수함 등 해군의 최신 함정들이 위용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