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충격을 지우지 못한 채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들은 먼저 간 친구들이 못다한 캠퍼스의 꿈을 이루리라 다짐했다.
이날 오전 11시 부산외대 2014학년도 입학식이 2천 1백여 명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남산동 캠퍼스 내 체육관과 트리니티홀, 만오기념관 등 3곳에서 개최됐다.
인문사회대학과 상경대학, 이공대학 등은 예정대로 체육관에서 입학식을 진행했고, 사고 현장에 있었던 아시아대학과 유럽미주대학 학생들은 나머지 두 곳에 분산되어 입학식을 치렀다.
이 같은 조치는 체육관 붕괴사고를 겪은 아시아대와 유럽미주대학 학생들이 체육관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나타낸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학생들의 심리 상담을 진행한 부산시재난심리지원센터 역시 "학생들이 체육관에 대한 상당한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을 대학 측에 전달했다.
이날 입학식에 앞서 정해린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교내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입학식을 함께 하지 못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입학식장을 찾은 신입생들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사고 당시의 기억과 함께 먼저 간 친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했던 김모(19.베트남어과) 군은 "시간이 지나도 그 때의 기억이 잊혀지지를 않는다"며 "사고로 떠난 친구들의 몫까지 대학생활을 열심히하는 것이 남아 있는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고 여파와 심리 상담을 위한 대학 측의 요청으로 이날 입학식에는 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자리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사고 당시 받은 충격을 걱정하며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자녀가 체육관 건물 잔해에 맞아 머리를 13바늘 꿰매는 사고를 당했다는 한 학부모는 "그렇게 쾌활하던 아이가 사고 이후 말수가 줄어들었다"며 "병원에 있으면 더 안좋을 것 같아 집에서 치료를 하고 있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애가 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된 이날 입학식은 기도인도와 학사경과보고, 입학허가선언, 총장 인사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정해린 총장은 인사말에서 "경주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고로 인해 즐거워야할 입학식에 무거운 마음뿐이다"며 "하늘나라로 간 9명 학생의 명복과 치료 중에 있는 학생들의 쾌유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입학식의 공식 식순을 최소화하고 식인 끝난 뒤 부산시재난심리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외상후 스트레스극복을 위한 특강을 진행했다.
교육부와 소방방재청 등도 이날 교내에 재난심리상담센터 10곳을 열고 이번 참사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학생 1천1백 여명을 대상으로한 심리검사에 들어갔다.
교육부 등은 다음달 31일까지 진행되는 심리검사의 결과에 따라 병·의원의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