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서울시청을 제외한 여자실업축구 WK리그 감독들이 모여 박은선(서울시청)에 대한 성별 논란을 제기해 파문이 일어났다. 성별 검사를 받지 않으면 리그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해야한다고 결의한 것이다.
대가는 컸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일부 감독들은 스스로 사퇴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박은선에 대한 성 정체성 문제 제기는 성희롱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축구협회 등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을 본인 스스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박은선은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먼저 박은선은 지난 24일 인귄위의 발표에 대해 "솔직히 권고라서 확실한 건 아니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같다"며 "아직도 너무 많이 혼란스러운 것 같다. 성희롱이라는 게 얼마만큼 죄가 되는건지 저도 잘 모르고 또 어른들께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은선은 WK리그 감독자 회의의 결의 내용이 처음에는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지도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눈물도 많이 흘렸다. 박은선은 "이제 29살인데 그동안 여자로 살았는데 제 인생의 최대 고비였던 것 같다"며 힘들었던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당사자들의 사과가 없어 더욱 힘들었다. 박은선은 "한 번도 없었다. (훈련장에서) 마주친 적은 있었는데 아무 말씀도 없었다. 전화도 없었고 문자도 한통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감독들이 직접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그 때는 박은선이 거부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인권위 발표가 나오기 며칠 전이었다.
주위 관계와 상황이 계속 박은선을 불편하게 하고있다. 자칫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까 걱정도 많다. 때마침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은선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도전하고픈 마음도 있다.
그러자 축구 팬들은 '제2의 안현수'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박은선은 귀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국가대표가 돼서, 제 꿈이 그거다. 다시 진짜 잘해보고 싶은 꿈이 크다"고 선을 그었다.
해외 진출시 성별 검사를 받아야 한다면 당연히 응하겠다는 게 박은선의 생각이다. 똑같이 검사를 받아도 의미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박은선은 "당연한 건 할 수가 있다.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정반대인 게, 다른 나라 해외 감독님들이 아니라는 게 기분 나빴던 것이다. 해외 감독님들이 그래서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고 하면 옆에서 저한테 힘이 되고 저를 도와주셔야 하는 분들인데 그런 분들이 그랬다는 게 기분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은선은 논란을 일으켰던 감독들이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용서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