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입은 판타지 '미스코리아', 공감과 설득에 실패했다

[이주의 드라마]따뜻한 드라마 호평 있었지만...2% 부족해

배우 이연희를 앞세운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극본 서숙향 연출 권석장)가 한자릿수 시청률로 씁쓸하게 종영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6일 방송된 '미스코리아' 최종회는 6.2%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의 5.9%보다 0.3% 포인트 상승한 수치지만 동시간대 최하위 성적이다. 경쟁작 SBS '별에서 온 그대'는 26.0%, KBS 2TV '감격시대'는 9.3%를 기록했다.


'파스타'의 서숙향 작가와 권석장PD가 의기투합한 '미스코리아'는 1997년, IMF를 배경으로 위기에 처한 화장품 회사 사장 김형준(이선균 분)과 직원들이 고교 시절 전교생 퀸이었던 오지영(이연희 분)을 미스코리아로 만드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이연희의 눈부신 연기변신이 시선을 끌었고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세간의 호평도 있었지만 끝내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 씁쓸하게 종영했다. 일각에서는 경쟁 드라마인 '별에서 온 그대'의 대진운에 밀렸다고 분석하기도 했지만 '미스코리아'는 대중의 시선을 끌기에는 2% 부족했다.

1997년 IMF시절을 배경으로 당시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각종 고증을 비롯한 리얼리티가 부족했고 주인공 오지영이 왜 미스코리아가 되려고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도 설명하기 어려웠다. 결국 공감과 설득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을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배경은 1997년인데 고증은?..공감에 실패하다

'건축학 개론', '응답하라 1994' 등,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면서 90년대를 추억하는 시청자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미스코리아'는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따라기기엔 역부족이었다.

90년대는 대중문화는 물론, 생활상 역시 급변했던 시기. 하지만 드라마 속 배경은 1990년대라는 대중이 기억하는 시기를 제대로 녹여내지 못했다. 일례로 오지영과 김형준의 학창시절인 1980년대 후반은 교복자율화 시기로 대다수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다녔던 시기지만 드라마 속 배우들은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제작진은 복고풍 향수를 살리기 위해 500원짜리 지폐를 등장시켰지만 80년대 후반 500원 동전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1997년 미스코리아 후보들인 여배우들의 스키니진 또한 옥에 티 중 하나. 당시에는 일명 '드럼통바지'라는 청바지가 유행했던 시기다.

드라마 속 큰 얼개가 되는 비비화장품의 '비비크림'은 2000년대 들어 등장한 화장품이다. 1997~1998년은 엄정화가 선전했던 '빨간통파우더'와 레드립스틱이 크게 유행했던 시기다. 때문에 당시를 기억하는 시청자들로서는 드라마 속 설정들이 와닿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왜 오지영과 김형준은 '미스코리아'에 매달렸을까? 설득에 실패하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제목이자 주제인 '오지영 미스코리아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청자들에게 와닿지 않으면서 드라마는 시청자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미스코리아 시상식은 오현경, 고현정, 이승연 등을 배출했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연예인 데뷔의 지름길로 통할만큼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이후 슈퍼모델, 슈퍼탤런트 등 비슷한 규모의 시상식이 생기면서 점차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더욱이 드라마 속 배경인 1997년에는 S.E.S, H.O.T 등 1세대 아이돌그룹이 데뷔했던 시기로 미스코리아 시상식은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때문에 당시의 시대상을 절묘하게 녹아내 오지영을 미스코리아로 만들고 싶어하는 김형준의 고군분투는 현실성과 괴리되면서 오히려 판타지가 되고 말았다.

경쟁작 SBS '별에서 온 그대'가 400년을 산 외계인이라는 허무맹랑한 설정을 내세우면서도 현실성을 적절하게 녹여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면 '미스코리아'는 IMF라는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를 배경으로 내세운 것 외에는 대다수 설정이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결국 '미스코리아'는 배우 이연희의 눈부신 성장과 더불어, 이선균, 이성민, 송선미 등 주조연 배우들의 호연 외에는 빛을 보지 못한 채 개운치 못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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