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기록물은 기밀해제 기한이 1년 이상 지났음에도 아칸소주(州) 리틀록의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에 비공개 보관돼 있다.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법률상 전직 대통령의 백악관 문서는 퇴임 이후 12년간 비공개 대상이기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문서는 지난해 1월 이미 기밀이 해제돼야 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약 3만3천페이지 분량의 이 기록물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기간 백악관 고위 참모들과의 정책 논의 내용은 물론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대화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른바 '화이트워터 게이트' 사건과 '사면 스캔들' 등 민감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공개될 경우 정치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화이트워터 게이트는 지난 1990년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부인 힐러리 여사의 친구 제임스 맥두걸 부부와 함께 세운 부동산개발회사 '화이트워터'의 사기 의혹이며, 사면스캔들은 대통령 퇴임 직전 억만장자 마크 리치에 대한 사면 조치를 단행한 것을 둘러싼 정치자금 의혹 사건이다.
이런 내용이 포함된 문건들이 전면 공개되면 과거 논란이 재현되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렇다고 전부 혹은 일부분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이 기록물이 연방정부 관할권에 있기 때문에 클린턴 내외가 비공개를 위한 특혜요구를 할 경우 결정권을 갖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상당히 난감한 입장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나 취임후 대통령기록에 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치적 논란으로 남은 임기를 망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지금까지 클린턴 내외측에서 비공개 특혜요구는 없었다면서 2만5천페이지 분량의 문서 내용을 확인하고 곧 이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문서기록보관소 관계자도 "3만3천페이지 가운데 대부분에 대해 공개 허가를 받았고, 가능하면 빨리 공개한다는 방침이지만 클린턴 도서관 등의 준비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다음달밀 공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스턴대 브랜든 로팅하우스 교수는 "클린턴 전 장관이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문서의 내용은 물론 어떤 게 공개되고, 어떤 게 공개되지 않느냐는 새로운 흥밋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