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는 지난 20일 오전 마포구 염리동의 한 다세대주택 3층에서 집주인 강모(75·여) 씨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 씨가 범행을 저지른 후 강 씨가 화재로 숨진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집에 불을 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강 씨의 시신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감식한 결과 박 씨의 DNA와 일치한 점 등으로 미뤄 박 씨를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경찰이 강 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부검한 결과 사망 원인이 머리 뒷부분 등을 크게 다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 씨의 콧속에는 연기로 인한 그을음이 없는데다 얼굴과 머리 등 여러 곳에 멍이 들어있는 등 타살 흔적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은 사건 현장의 문이 열려있던 점 등으로 미뤄 강 씨와 친분이 있는 면식범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탐문수사를 벌여왔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자신의 건물 지하 1층에 있던 재개발사무소에서 강 씨와 알게 돼 친분을 쌓았고, 강 씨가 숨지기 전날 밤에도 박 씨와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셨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박 씨는 사고 직후 동네의 한 카페에서 지인에게 "자신이 강 씨를 살해했다"고 털어놓은 정황이 포착됐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혐의를 계속 부인해왔다.
이후 지난 25일 오전 8시쯤 박 씨는 염리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경찰이라며 집을 찾아온 신상을 알 수 없는 괴한에게 흉기로 찔렸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박 씨의 자해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박 씨가 퇴원하는 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